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7일 “정시에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꼭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잘 듣겠다”며 “현장에서 어떻게 실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지 하루 만에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교육부가 관련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장 차관을 향해 정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음에도 2020학년도 서울대 정시 모집에 합격한 경위를 따져 물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제가 보기에는 정시에도 학폭(학교폭력) 여부가 분명히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장 차관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장 차관은 “정시에도 반영을 꼭 해야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저희가 잘 듣겠다”며 “현재 학생부 위주로 평가하는 수시 전형에는 학폭 조치 사항이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기 때문에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정시에는 대학마다 학생부 반영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고 수준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마련)하면서 말씀해주신 의견도 고려해서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실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5월께부터 2018년 초까지 동급생에게 언어폭력을 저질러 같은해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부터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쪽이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고 행정소송도 제기했지만 2019년 4월 강제전학 처분이 확정됐고, 아들은 이듬해인 2020년 정시 모집 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당시 서울대 정시 모집은 수능 성적 100%를 반영했으나, 학내·외 징계 여부를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정시 모집에 학교폭력 징계 처분을 반영하는 방안을 급조하려다 자칫 대입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할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만약 징계 처분을 반영해 대입에서 불이익 받은 학생이 이후 소송으로 처분 수위 등이 바뀌거나 하면 이 학생을 어떻게 구제할지 등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육차관의 말과 달리) 현행 학생부 종합 전형조차 대학별로 워낙 다양하고 학교폭력 이력은 정성평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 수 없다”며 “하물며 수능 100%로 설계된 정시 전형에서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을 학교폭력 이력이 있다고 떨어뜨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개인정보 공개는 불가능하다”면서도 “당시 전형에 감점 자료로 활용한다고 적혀있다면 해당 절차는 거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도 “학교폭력 문제가 논란이 된다고 해서 입시제도를 즉흥적으로 고치는 건 맞지 않다”며 “학교의 문화를 개선하고 가해학생 부모의 입김을 제재할 방안을 만들어야지, 입시제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지역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ㄱ씨는 “정 변호사 아들 처럼 악질적인 사안이나 가해학생이 의대, 교대·사대, 로스쿨 등 윤리의식이 강조되는 전공을 선택하려 한다면 수시든 정시든 학생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학폭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순서로 따지면 인사검증의 실패, 피해학생 ‘2차 가해' 방지대책 등을 먼저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놔야지 모든 것을 입시 문제로 환원해버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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