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지(29)씨는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8개월째 ‘취업준비생’이다. ‘재학 중 취업’을 위해 졸업유예를 거듭한 점을 고려하면 ‘취준생 체감 기간’은 훨씬 더 길다. “경력을 주로 뽑고, 신입 채용은 문이 좁아요.” 무엇보다 대학 시절 생긴 부채 420여만원을 하루빨리 청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일반상환학자금대출 330만원은 수시로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270만원을 갚아 60만원 정도가 남았다. 문제는 취업 뒤 소득이 생겨야 상환이 시작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360만원이 주는 부담이다. “이자는 지금도 쌓이고 있거든요. 얼른 취업해서 빨리 갚고 싶어요.”
연간 소득이 일정한 금액을 넘기면 상환 의무가 생기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의 상환 개시 인원이 최근 2년 사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속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느라 상환 개시 소득에 이르지 못한 ‘저소득 청년’이 많아진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고 의무 상환을 시작한 인원은 2021년 7만8223명으로, 2019년 9만8199명에 비해 1만9976명 줄었다. 최근 5년간 의무 상환 개시 인원은 2017년 8만7616명→ 2018년 8만3306명→ 2019년 9만8199명→ 2020년 7만9630명→ 2021년 7만8223명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을 기점으로 7만명대로 떨어졌다.
특히 취업 뒤 상환을 시작했다가 중도에 소득이 감소해 상환이 중단된 사례도 2020년 10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집계가 가능한 2017년 이후 5년치 자료를 보면, 2017년 4만7716명→ 2018년 6만8091명→ 2019년 6만9100명→ 2020년 10만7230명→ 2021년 9만8459명으로 최근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2021년의 경우 상환을 시작한 인원보다 상환이 중단된 인원이 더 많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은 재학 기간에는 상환을 유예하고 취업 등을 통해 일정한 소득이 발생한 때부터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한 제도로, 해마다 책정되는 기준금액에 소득이 미달하면 상환이 유예된다. 기준금액은 근로소득 공제 전 기준으로 2020년 2174만원(실수령액 기준 1323만원), 2021년 2280만원(1413만원)이었다. 월 100만원 초반 수준의 소득이 발생해도 학자금 대출 상환이 개시되는 셈인데, 이런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청년이 많아진 것이다.
서 의원은 “취업난과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 감소로 청년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진 영향이 반영된 통계”라며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은 상환 유예 기간 소액이지만 이자는 계속 쌓이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부담이 되므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관련 법안은 지난 2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바 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오는 17일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재심의가 예정돼 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청년들이) 소득이 늘어날 만한 여건이 안 돼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다만 상환이 개시되는 기준 금액이 경제 여건에 비해서 매년 높아지고 있는 점도 (상환 인원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