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의 상징적인 인물이면서 프로이트와 융 심리학에 큰 영향을 준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평생 세상의 인정을 못 받고 불우한 삶을 살다가 죽기 몇 해 전인 1851년에 낸 ‘소품과 부록’이라는 저작으로 일약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다.
‘소품과 부록’과 함께 무명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를 세상에 알리는 기폭제가 된 ‘쇼펜하우어 행복론과 인생론’은 난해한 철학서라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상을 주로 다룬 에세이라고 볼 수 있다.
‘쇼펜하우어 행복론과 인생론’은 자살, 종교, 독서와 책, 여성, 교육, 우화, 소음과 같은 우리의 피부에 와닿는 주제를 다루는 일종의 생활 철학서이기도 하다.
염세주의 철학으로 유명한 쇼펜하우어는 말년에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관점이 빛나는 ‘쇼펜하우어 행복론과 인생론’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책 제목 그대로 행복을 만끽하며 인생의 황혼기를 보냈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12장 ‘독서와 책에 대하여’를 눈여겨 읽어볼 필요가 있다. 많은 독자들은 쇼펜하우어의 ‘책만 많이 읽으면 바보가 된다’는 주장에 아연실색하기 마련이다.
그에 따르면 독서라는 것은 본인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생각해주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독서는 저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길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는 것에 불과하다.
마치 초등학생이 교사가 그어 놓은 선을 따라 연필을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는 책을 읽을 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실 많은 독서가 들은 재미난 책을 읽으면서 자기 생각하지 않고 그저 저자의 현란한 글솜씨에 빠져들어 간 경험이 있다.
쇼펜하우어는 언제나 말을 타고 다닌 사람이 결국 본인 스스로 걷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다른 사람 생각의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고 소화를 시켜야만 우리 몸의 양분이 되듯이 독서도 읽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책을 읽은 경험은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고 쇼펜하우어는 생각했다.
이런 불행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 쇼펜하우어는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자신만의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저자의 발길을 무조건 따라갈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읽은 내용에 대해서 생각해야만 한다.
저자의 눈을 따라가지만 말고 책을 읽으면서 사고를 함으로써 자신만의
눈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야만 육체의 양식처럼 정신의 양식도 우리 정신에 흡수된다.
저자에게 경도되어 감탄만 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읽거나 저자의 좋은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소가 되새김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활자 속에 숨겨진 새로운 진리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즉 독서는 다른 사람의 지식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지식과 생각을 쌓아 올려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독서라는 것도 멍하니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 것이나 진배없다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주장이다. 독서를 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한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가? 매우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기는 것이다.
박균호 교사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