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바꾸지 않고 고교학점제…“학생들 1980년대로 돌아간다”

‘고교학점제 세대의 첫 수능’
2028학년도 대입 개편 필요한 이유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종로학원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은 수능 3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2028학년도 수능은 그 첫 세대가 치르는 수능이다. 정부는 2024년 2월까지 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2028년 대입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찾아 수업을 듣고, 일정 기준을 통과해 192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내신에서 9등급 상대평가 대신 에이(A)부터 이(E)까지 5등급의 절대평가인 성취평가가 이뤄진다. 학생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 다만 내신 변별을 위해 고1 공통과목에 한해 석차 9등급제 상대평가가 유지된다.

절대평가와 과목 다양성을 핵심으로 한 고교학점제가 상대평가를 통한 획일화된 변별력을 특징으로 하는 수능과 만나면, 내신의 변별력은 낮아지지만 수능의 높은 변별력은 유지된다. 대학들은 수능 성적 또는 1학년 공통과목 성적을 입시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인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을 무너뜨릴 수 있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없어야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상대평가식 수능을 그대로 둔다면 고교학점제 적용 학교에서도 지금처럼 수능에 나올 만한 문제를 풀이하는 식의 수업이 진행되거나, 학생들도 수능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수능을 이대로 두는 한 상대평가인 1학년 내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학생은 수능에 ‘올인’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는 집단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월 교육부가 고교 교사와 교육부·교육청 관계자, 대학교수 등 교육 전문가 1379명을 조사해 보니 86.8%가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경우 수능 변화가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로선 2028년 대입 개편안이 미세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더 크게 점쳐진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고교학점제에서 수능을 바꾸지 않고 미세조정만 할 경우 학생들은 대입 시험 대비가 전부인 1980년대로 돌아가게 된다”며 “사고력을 기르고 다양한 적성을 키우기 위한 학교 수업은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박고은 김민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