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년 프랑스 브장송에서 나폴레옹 군대 장교의 삼형제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빅토르 위고는 슬픈 가족사를 겪었다. 군인인 아버지는 가정에 소홀했고 부부는 갈등을 이어간 끝에 각자 다른 사람과 불륜을 저질렀다. 그러나 행복한 시절도 있었다. 1809년쯤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였는데 이때부터 위고는 자신만의 방을 가지게 되었으며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형들과도 화해하였다. 특히 독일인 하녀는 소년 위고에게 동화를 자주 들려주었는데 이 경험이 위고에게는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성장한 빅토르 위고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낭만주의 소설가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데 1851년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가 되자 저항하다가 영화 ‘건지 감자껍질 파이’의 배경이 된 영국령 건지섬에서 망명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시절에 ‘레 미제라블’을 집필했다. 그러니까 그의 불후의 명작은 프랑스가 아닌 영국령에서 쓴 작품이다. 위고는 원래 약자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한 인물이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서 더욱더 약자에 대한 연민과 지원을 주장하는 작가로 거듭났다.
‘레 미제라블’은 읽기가 쉽지 않은 소설이다. 우선 번역본이 2500쪽이 넘는 대작인 데다 일반독자들이 그토록 꺼리는 장광설의 대명사가 바로, 이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 초반부에서는 주인공 장 발장이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장 발장을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킨 미리엘 주교에 대한 전기를 장황하게 서술한다. 특히 미리엘 주교가 국가로부터 받는 급여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해서 작성한 ‘우리 집안 지출 규칙 예산서’는 뭇 독자들을 기겁하게 한다. 내가 왜 수백 년 전 주교가 받은 월급과 지출 계획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지출 규칙 예산서는 빅토르 위고의 약자에 대한 배려심을 잘 보여준다. 총 16개의 지출항목 중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출항목이 9개다. 예를 들면 교도소 개선 사업, 죄수 위문 및 구제 사업, 빚으로 투옥된 가장들의 석방을 위한 지출, 교구 내 가난한 교사들의 급여 보조, 빈민 여성의 무료 교육 등을 살펴보면 빅토르 위고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또 주교로서 ‘마차와 순회 비용’을 교회로부터 받아 빈민 병원의 환자에게 고기 수프를 제공하고 고아를 위해서 쓰겠다는 예산표 또한 그렇다. 미리엘 주교가 말하는 교육 사례 즉 학교가 없는 마을을 위해서 가르치는 과목별로 다른 표시를 한 채로 그 마을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사례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고전의 장광설은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박균호 교사,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