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1월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단체에서 개최해온 행사를 장관 취임 이후 교육부 사업으로 끌어와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설명을 15일 들어보면, 교육부는 지난 9월21일∼23일 티브이(TV)조선과 공동 주관으로 ‘2023 글로벌 교육·혁신 서밋’(이하 2023서밋)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디지털 전환 시대, 교육 혁신생태계 조성’을 논의하는 행사로, 정부 예산 4억9500만원이 쓰였다. 교육부는 이 행사를 위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교육협력지원사업 예산 4억2000만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연구협력 사업 예산 7500만원을 활용했다.
문제는 정부 예산으로 진행된 이 행사와 이 부총리가 2020년 설립해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비영리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가 2021·2022년 주최한 ‘하이터치하이테크(HTHT) 컨퍼런스’(이하 컨퍼런스)와의 연관성이다. 이 컨퍼런스도 티브이조선과 함께한 회의로, 2023서밋처럼 디지털 교육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장관은 2022년 11월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특히 2023서밋 누리집은 이 행사가 앞서 두 차례 열린 컨퍼런스에서 이어지는 행사라고 명시하고 있다. 누리집의 ‘지난 행사’ 부분에는 “2023 HTHT는 교육부와 함께 GEIS로 찾아왔다”는 소개 글과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으로 소개된 이주호 부총리의 인사 글이 나온다. 또 아시아교육협회의 2023년 사업계획서에는 ‘HTHT 2023’ 개최 계획이 포함돼 있는데, 행사는 실제 개최되지 않았다. 컨퍼런스를 2023서밋으로 이름만 바꿔 교육부 주관으로 치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도종환 의원은 “아시아교육협회에서 하던 사업을 장관 취임 후 교육부 사업으로 만들고 국민의 혈세인 정부 예산을 투입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교육협회는 에듀테크 관련 협회 고위 관계자와 이 부총리의 공동 출연으로 설립된 데다 유명 에듀테크 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기도 해, 에듀테크 관련 민간 업체와 이 부총리가 밀접한 금전적 관계를 가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 부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취임 뒤 “특정 집단의 사적 이익을 대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3서밋 행사는 교육부가 디지털 교육과 에듀테크를 주제로 여러 나라의 장관들, 민간과 논의하기 위해 올해 처음 개최한 행사로, 아시아교육협회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협회에서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2023서밋 누리집에 (HTHT) 컨퍼런스 정보가 소개된 것에 대해서는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게 기술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APEC 교육협력지원사업 예산이 쓰인 것을 두고는 “교육부는 APEC과 매년 APEC 미래교육포럼을 개최해왔데 시기나 내용에 따라 다른 행사와 연계해 진행하기도 한다. 올해 APEC 미래교육포럼은 2023서밋에 포함돼 열렸기 때문에 관련 예산이 쓰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 글로벌 교육·혁신 서밋’(2023 GEIS) 누리집의 ‘이전 행사’ 부분에 나온 소개 글.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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