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승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김민재 행안부 기획조정실장, 홍두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장 차관. 연합뉴스
지역 주도로 공교육 혁신을 꾀하면 정부로부터 교육과 관련된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를 받는 ‘교육발전특구’가 내년부터 3년 동안 시범 운영된다. 각 지역에선 교육을 매개로 한 정부 지원과 규제 완화에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되기 위한 사업 요건 등 구체적 내용이 빠져 있어 국제학교나 자율형사립고 같은 특권 학교만 우후죽순 설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2일 대전 호텔 아이시시(ICC)에서 공청회를 열어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시안)을 공개하며 내년부터 3년 간 교육발전특구를 시범운영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기초 또는 광역 지자체가 교육청·대학·기업·공공기관과 협력해 지역 교육을 혁신할 방안을 제시하면, 이를 심사해 해당 지자체를 교육발전특구로 지정하고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선정 지역에 지방교육재정 특별교부금을 우선 투입해 특구 당 30억~10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선정할 교육발전특구의 개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시안은 전날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 가운데 교육개혁 분야를 구체화한 것이다.
지역이 먼저 제안하면 중앙정부가 검토해 지원을 결정하는 ‘상향식’ 방식인 탓에, 구체적인 교육발전특구의 모습은 시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학력 향상을 목표로 초·중·고교 교육과정 운영을 자율화하거나, 지역 대학 특정 학과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확대해 지역인재 유출을 막는 것 등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교육 경쟁력을 수도권 이상으로 끌어올려 인재를 불러모으고, 대학 진학→취업→정주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초등학교 근처에 교육·돌봄 복합시설을 짓는달지, 지역 산업과 관련한 특성화 학과를 지역 소재 대학에 개설하고, 대학과 산업체가 고교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 사업 사례로 제시됐다.
각 지자체에서는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춘천시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학생 수가 줄어들고 그만큼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사라지는 게 지금 지역의 가장 큰 문제”라며 “교육을 통해 지역에 애착을 갖는 인재를 양성하고 수도권과 타 지역 주민들까지 끌어모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중학교까지는 부산에서 나오다가 고등학교 때는 타 시도에 가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며 “법령이 자유로워지면 특별한 자율학교를 만들어 우수한 아이들이 부산에서만 공부를 해도 충분한 환경도 조성될 것으로 보여 의욕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제시하는 사업에 따라 특구의 운영 모습이 달라지는 만큼 교육계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대책’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내용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모두 있다”며 “특례를 활용해 국제학교나 자사고, 영재고와 같은 서열화된 학교 설립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지역인재가 머물기 위해 필요한 지역 대학과 일자리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대책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수도권 학생들이 잠시 유입됐다가 대학 입학을 위해 다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면 지역은 공동화되고 지역 발전도 이뤄지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교육발전특구가 자사고, 특목고 만들려는 제도 아니냐고 하는데, 특구가 지향하는 ‘좋은 학교'는 그런 학교가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학교를 공교육 틀 안에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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