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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낯선땅서 ‘생존게임’ 최고수확은?

등록 2006-05-15 16:50

대학, 세계로 지역으로
국외 인턴십
어디서든 살아남을 자신감!

인도. 아직까지는 왠지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나라다. 짧은 기간의 여행이라면 모를까, 배움이나 삶의 기반으로 삼기에는 “왜 하필?”이라는 의문이 수북이 쌓이는 나라다. 그러나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 조순형(25)씨에게 인도는 무한한 가능성을 잉태한 ‘기회의 땅’이다.

성공회대 ’인도 IT 유학’ 프로그램

조씨의 꿈은 인도 전문가다. 대학 졸업 뒤, 굳이 인도와 관련된 일자리를 수소문한 끝에 인천에 있는 한 인도 전문 여행사를 첫 일터로 선택한 것도 그 꿈과 무관하지 않다.

조씨가 인도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성공회대 컴퓨터정보학부 3학년 때인 2004년 1월, 이 학교가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하는 인도창 과정에 지원해 뽑히면서부터다. 인도창 과정은 소프트웨어 강대국인 인도의 정보통신 전문 교육기관에서 9개월 동안 교육을 받은 뒤, 현지 기업체에서 3개월 동안 현장실습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성공회대가 지난 200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인도 정보통신 유학 프로그램이다.

영어로 정보통신 교육을 받고, 관련 업체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영어와 전공에 자신감을 얻게 된 것도 적지 않은 수확이었지만, 무엇보다 큰 결실은 인도라는 나라의 매력과 잠재력을 알게 된 것이었다. 조씨는 “인도 유학이 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집 구하기부터 영어와 맞닥뜨려 “연수생 30~40%는 현지서 취업”

조씨뿐만 아니라 인도창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한목소리로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생존 능력’이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생활환경이 열악한 나라에서, 그것도 대학이 아닌 민간 교육기관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인도창 프로그램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대학 기숙사 같은 안락한 숙소는 준비돼 있지 않다. 뱅갈로에 있는 호텔에 ‘떨어뜨려 놓으면’ 그 때부터 ‘생존 게임’이 시작된다. 호텔 숙박비가 비싸기 때문에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값싼 집을 구해 나가야 한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좀더 좋은 조건의 집을 구하는 일부터 임대 계약서 쓰기, 살림살이를 사는 일, 공과금 내는 일 등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도창 과정에 참여한 모세종(25·컴퓨터정보학부 4학년)씨는 “세계 어느 곳에 혼자 떨어뜨려 놔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모씨의 인도창 1기 선배인 조씨는 “일상생활의 모든 문제를 영어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을 수 없었고, 언제 어디에서 외국인을 만나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베짱이 생겼다”고 말했다.


좁은 국내를 떠나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인도창 참가자들이 꼽는 수확 가운데 하나다. 김지영(23·영어학과 4학년)씨는 “취업을 생각할 때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나라로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다른 학생이 찾지 못한 ‘또 하나의 길’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자랑했다. 김씨는 영어를 사용해 해외에서 일을 하는 직장에 취업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점이 인도창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용민(27·컴퓨터정보학부 4학년)씨는 “인도의 물가가 싸 다른 해외연수에 비해 돈이 적게 들고, 휴학하지 않고 1년 동안의 학점을 인정받으면서 연수를 다녀올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성공회대 글로벌윈도실 임희복 주임은 “현지에서 먹고 자는 데 필요한 생활비 이외의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집세와 식비를 포함해 한 달에 30만원이면 너끈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한다.

인도창 과정을 마친 학생 가운데는 현지에서 취업을 한 사람도 적지 않다. 권씨는 “연수생 가운데 현지 취업을 하는 비율이 30~40%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기가 남아 있어서 귀국해야 하는 사람을 빼놓고는 거의 대부분 현지에서 취업을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도창 1기생 가운데 한 명은 연수가 끝난 뒤 인도에 남아, 인도 연수를 원하는 학생과 인도 대학 및 기업체를 연결해 주는 업체를 직접 차리기도 했다. 성공회대에서 인도창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임 주임도 인도창 1기다. 인도 연수 기간에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를 전공한 뒤 웹프로그램 개발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한 권씨는 “내 전공과 인턴십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국내·외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실습을 한 인도 회사에 취업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현장실습을 마친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해당 업체에서 ‘언제든지 와도 좋다’는 ‘러브콜’을 받는다고 한다.

“일단, 남들이 잘 가지 않는 나라잖아요. 이력서에 인도 유학과 인턴십 경험을 써 넣으면 채용 담당자들이 한 번이라도 더 눈여겨보지 않겠어요? 여건이 열악한 인도에서 견뎌내면 어디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인도창 6기를 마치고 현재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는 이현수(24·컴퓨터정보학부 졸업)씨가 인도를 선택한 이유다. 이씨는 “일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실제로 ‘왜 하필 인도야?’, ‘인도는 어때?’라고 물어보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성공회대의 ‘해외창’ 프로그램에 다녀온 뒤 취업한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성공회대 제공
성공회대의 ‘해외창’ 프로그램에 다녀온 뒤 취업한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성공회대 제공

배 타고 지구촌 한바퀴 ‘피스보트’도 있네

그밖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성공회대의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인 ‘해외창’(글로벌윈도) 과정에는 인도창 이외에도 중국창, 러시아창, 피스보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된 인도창 과정은 국내 대학의 세계화 모델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창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에 러시아창과 피스보트 과정이, 2004년에 중국창 과정이 각각 개설됐다.

현재 인도에서 19명, 러시아에서 7명, 중국에서 11명의 학생이 연수 중이다. 1년 단위로 새로운 기수의 학생들을 뽑아 현지에 보낸다. 현지 대학 및 교육기관, 인턴십 기관 등의 평가를 성공회대 학점으로 인정해 1년 동안 38학점을 부여한다. 3개월 과정인 피스보트 프로그램은 14학점이다.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연수를 받는 동안 성공회대 등록금의 절반 정도를 감면해 준다. 성공회대 쪽은 “우리 대학 등록금의 절반 정도면 현지 교육비와 얼추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생활비 이외의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창은 1년 동안 모스크바 노동사회정책대학에서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 및 경제 등을 배우고, 한국인학교나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도록 구성돼 있다. 피스보트는 일본의 시민단체인 ‘피스보트’가 주관하는 ‘세계 일주 지구대학 프로그램’에 엔지오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3개월 동안 배를 타고 세계 20여개 나라를 돌면서 각 대륙의 문제에 대해 여러 나라에서 온 학자와 활동가들의 강의를 듣고 토론도 한다.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피스보트 3기 과정에 참여한 허미선(30·일어일본학과 졸업)씨는 “피스보트 경험이 동북아시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으며, 평화운동에 대한 고민을 구체화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허씨는 지난해 8월 대학을 졸업한 뒤,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허씨는 “피스보트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대학 졸업 뒤 일본으로 건너가 피스보트 상근 활동가가 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창 과정은 9개월 동안 청도 중국해양대학에서 실용 중국어와 컴퓨터, 무역 등 비즈니스 교육을 받은 뒤, 3개월 동안 현지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한다. 중국창 1기인 김지영(24·중어중국학과 4학년 휴학)씨는 “중국어는 단기간에 실력이 눈에 띄게 늘기가 어려운 언어인데, 인턴십을 통해 실제 일과 부닥치면서 배우다 보니 중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중국창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프리랜서 중국어 번역가와 기업체 중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초등학교에서 중국어 특기적성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면 중국의 영화, 미디어, 애니메이션 등 문화 콘텐츠를 번역하는 전문 번역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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