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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울시내 초등학교 ‘준비물 없는 시대’ 열린다

등록 2006-05-21 20:22수정 2006-05-22 01:24

20일 서울시 갈현초등학교 4학년 4반 학생들이 서예실에 놓인 미술 준비물을 고르고 있다. 이 학교는 학습에 필요한 준비물을 거의 갖춰 놓고 있다. 이날 서예수업을 한 학생들 알림장에도 ‘서예수업 있음’이라고 돼 있을 뿐 무엇무엇을 준비해오라는 내용은 없었다. 
최현준 기자 <A href="mailto:haojune@hani.co.kr">haojune@hani.co.kr</A>
20일 서울시 갈현초등학교 4학년 4반 학생들이 서예실에 놓인 미술 준비물을 고르고 있다. 이 학교는 학습에 필요한 준비물을 거의 갖춰 놓고 있다. 이날 서예수업을 한 학생들 알림장에도 ‘서예수업 있음’이라고 돼 있을 뿐 무엇무엇을 준비해오라는 내용은 없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갈현초교 앞장…시교육청 올 2학기 학생 1명당 8천원 예산책정
서울 은평구 갈현초등학교 4학년 노정환(10)군은 20일 2교시가 서예 수업이었지만 학습 준비물을 따로 챙기지 않고 학교에 갔다. 벼루, 먹, 화선지는 물론이고 붓까지 학교에 완비돼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학습 준비물 예산으로 학생 한 명당 1만원 가량을 꾸준히 편성해 왔다. 문구점을 방불케 하는 학습 자료실, 미술 자료실, 체육 자료실에는 수백 가지의 학습 준비물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각양각색의 마분지는 물론 왼손잡이용 가위, 수십 종의 붓까지 갖춰 놓았다. 자료실 관리는 56명의 학부모들이 자원해서 맡는다. 학부모 김은정(36)씨는 “아이들 가방도 가벼워지고, 수업에도 지장이 없어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2학기부터는 서울 시내 다른 초등학교 학생들도 학습 준비물을 따로 챙기는 부담이 확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19일 열린 서울시 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올린 ‘초등학생 학습 준비물’ 예산 56억8천만원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학습 준비물’ 예산이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편성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시교육청이 편성한 예산 56억8천만원은 올해 2학기에 서울 560여 초등학교에 1천만원씩, 초등생 1명당 8천여원씩 지원할 수 있는 액수다. 이로써 학부모들의 준비물 비용 부담도 한결 줄어들게 됐다.

지금까지 학습 준비물 예산은 학교운영비 안에서 학교 자체적으로 편성해 왔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학생 1명당 2만원씩 편성토록 일선 학교에 권장해 왔지만, 부족한 예산 탓에 제대로 편성된 학교는 거의 없다. 대부분 학교가 1명당 5천원 가량만을 배정한다. 때문에 갈현초등학교 사례는 ‘예외’에 속한다. 대부분 초등학교들은 수업에 필요한 학습 준비물 부담을 학부모들에게 넘겨 왔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아침마다 학습 준비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번 예산 편성은 서울시 교육청이 ‘좋은 학교 만들기 자원(自願) 학교’사업의 113억원 남짓한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가능했다. ‘좋은 학교’ 예산을 줄여 내실 있는 운영을 하자는 교육위원들의 제안을 시교육청이 받아들였다. 이번 예산은 6월 서울시의회의 심의 절차를 남겨 놓았지만 시교육청과 시 교육위가 합의했고, 대다수 학부모가 원하는 사안이라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복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학교 자체 예산에다 시교육청 예산이 보태져, 학교나 가정에서 준비물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문 시교육위원은 “이번 결정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헌법 조항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불과 56억원 남짓한 예산으로 70만 초등생들이 맘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7년 남짓 노력 끝에 학습 준비물을 학교에서 100% 부담하고 있는 갈현초등 이석우 교장은 “한명당 1만원이 당장은 많아 보이지 않지만, 꾸준히 투입되면 3~4년 안에 맨몸으로 학교에 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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