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업체 지원 악기 구입 교육
범서중 도자기반…지역공동체 구실도
범서중 도자기반…지역공동체 구실도
울주군 삼평초교, 전교생에 ‘방과후 학교’
“이제 비싼 학원 가지 않아서 너무 좋아요.”
울산 울주군 온산읍 삼평초등학교 3~6학년 전체 학생 60여명은 매주 1~2차례씩 학교 도서실에서 진행되는 방과후 영어수업이 기다려진다. 6학년 박송이(13)양은 “도시 학교 친구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부러웠는데, 이젠 괜찮아요”라며 기뻐했다.
여느 시골 학교처럼 이 학교도 전교생이 80여명에 그쳐 방과후 학교 외부 강사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생들이 15㎞ 이상 떨어진 집까지 1대뿐인 학교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해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께 모두 학교를 떠나야 한다.
이에 교사들은 방과후 수업을 받는 3~6학년과 방과후 수업을 받지 않는 1~2학년도 같이 학교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결국 교사들은 수업 중간에 주어지는 휴식시간을 최대한 줄여 점심시간을 기존 50분에서 20분 더 늘리면서 실제 급식시간은 30분으로 단축시켜 방과후 수업 시간 40분을 확보했다. 학교 쪽도 바이올린 및 사물놀이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악기 구입 부담을 덜어주고자 지난해 울산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400만원으로 바이올린과 장구 등 사물놀이 악기를 구입했다.
학교에서 4㎞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에쓰오일(S-Oil)㈜이 이런 소식을 듣고 1천만원을 거저 지원했다. 이에 힘입어 이 학교는 올 1학기부터 전교생에게 무료로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해 자매결연을 한 뒤 학교를 돕고 싶었는데 방과후 수업 프로그램이 생겨 지원하게 됐다”며 “해마다 1천만원씩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차인숙 어머니회장은 “학교에서 꾸준히 영어 및 특기수업을 해 아이들이 사설 학원에 다닐 때보다 실력이 부쩍 는 것 같다”며 “전교생이 무료로 수준 높은 방과후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쓰는 선생님들과 후원해준 기업체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울주군 범서중도 올 5월부터 3학년 62명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업 내용에 만족감을 느낀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여름방학 강좌는 평소보다 신청자가 세배 넘게 늘었다. 교사들은 여름방학에 제자들이 한 달 수강료가 15만~20만원인 학원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수준 높은 수업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8개 과목 대부분을 직접 가르치기로 했다. 제자들의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영어·수학 등 2과목은 심화반과 보충반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수업료도 2만원 가량으로 정해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였다. 또 요가반에 이어 이번 여름방학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수강하는 도자기반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를 통해 학교가 지역공동체 안으로 한발짝 더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사진 <삼평초등학교> 제공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사진 <삼평초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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