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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못된 아이’는 없다 다만 도움이 필요할 뿐

등록 2006-07-30 19:58수정 2006-07-31 18:37

지난 7월8일, 경기도 평택 무봉산수련원에서 열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 꿈내우 제공
지난 7월8일, 경기도 평택 무봉산수련원에서 열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 꿈내우 제공
어울려 노는 모습에 학부모 눈시울 “학교가 도와주면 아이 달라질텐데”
‘꿈내우’ 주의력장애 아동캠프 열어

“학교 캠프에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던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까 말 할 수 없을만큼 기뻐요. ”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캠프에 참가한 한 학부모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에이디에치디는 성장기 뇌의 전두엽 기능 발달이 지연되어 발생하는 장애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얼핏 보기엔 비장애 아동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일반 학교에 다니지만, 집을 떠나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는 ‘캠프’나 ‘체험학습’에는 참여하기 힘들다. ‘안전 사고’를 염려하는 학교쪽과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1박2일 동안 진행된 이번 캠프는 에이디에치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카페 ‘꿈을 안고 내일로 가는 우리들’(이하 꿈내우, cafe.daum.net/ADHDParents)에서 마련했다. ‘꿈내우’는 4년 전, 에이디에치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적절한 교육과 치료가 힘든 현실에 공감하는 부모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작은 모임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부모 회원이 3천여명으로 늘었고, 아동보호시설에 살고 있는 에이디에치디 아이들을 후원하는 등 활동의 폭도 넓어졌다. 지난 6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에이디에치디 서포터즈 대회’에 회원 몇 명을 ‘파견’해 다른 나라의 현황을 알아보기도 했다. 이번 캠프는 꿈내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오프라인 모임인 셈인데, 54개 회원 가족(아이와 한쪽, 혹은 양쪽 부모)과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자원봉사자 10여명, 꿈내우가 후원하는 아동보호시설 교사와 아이들, 행사를 진행하는 운영진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카페 운영진이자 에이디에치디 자녀를 둔 문영씨(카페 대화명)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들만 골라 50여명을 한데 모은다고 생각해보라.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공놀이나 만들기 등 모둠 활동까지 무리없이 해내는 아이들 모습 어디에서도 ‘산만하고 단체 활동에 부적합하며 공격적’이라는, 에이디에치디 아동의 특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모 대상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캠프에 온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는 “에이디에치디는 적절한 시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면서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비교적 적극적인 부모 덕분에 약물치료나 놀이치료 등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어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에디에치디 증상이 있는 아이들이 전체 초등학생의 15%,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5~7%, 약 2만5천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3살 무렵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산만하고 통제가 힘든 아이 때문에 괴로워하던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교사로부터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병원을 찾게 된다. 서천석 소장은 “병원에 오기 전까지 늘 못된 아이·말 안 듣는 아이로 지적받고 야단맞는 동안 아이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상처를 많이 받게 된다”며 “부모 역시 아이를 잘 못 키운다는 주변 비난에 고통받고 죄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이 보통”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병원을 찾을 엄두도 못내고, 자신이 에이디에치디를 앓는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문제아’ 취급받고 ‘왕따’당하는 아이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초등 4학년 자녀를 둔 한 캠프 참가자는 “학교에서 매일 부딪히는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이 어떻게,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따라 아이가 확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면서 “공교육 내에 에이디에치디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 부모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주의력 장애’, 여섯가지 오해와 이해

오해 1. 에이디에치디(ADHD)는 질병이라기 보다 아이의 특징에 불과하다.

이해 1. 뇌영상 연구, 유전 연구 등을 통해 에이디에치디가 질병이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립보건원이 주관한 저명한 의학연구자들의 모임을 통해 에이디에치디는 다른 어떤 질병보다 더 잘 정의되고 연구된 확립된 질병임이 확인되었다.

오해 2. 에이디에치디 문제는 시간이 가면 저절로 나아진다.

이해 2.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 충동성 등 핵심 증상에서 일부는 아동의 발달에 따라 조금씩 나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핵심 증상들로 인해 아이들이 겪게 된 좌절과 부정적 피드백은 아이들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되며 이는 회복되기가 어렵다.

오해 3. 에이디에치디 아동들은 부산하고 정신없다.

이해 3. 전체 에이디에치디 아동 중에서 20%는 겉보기에 조용하고 차분하다. 과잉행동은 전혀 없고 오히려 너무 말수가 적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멍하니 다른 생각에 자주 빠지거나,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자제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이 아이들은 어릴 때 눈에 잘 안 띄이지만 그런 이유로 치료가 늦어지고 더 큰 문제를 낳기도 한다.

오해 4.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을 잘 하는 아이는 에이디에치디가 아니다.

이해 4. 대부분의 에이디에치디 아동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강하게 집중을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서는 너무나 쉽게 주의가 흐트러진다.

오해 5. 약물치료는 증상이 심한 아이들에게만 필요하다.

이해 5.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고르자면 ‘약물치료’와 ‘부모교육’이다. 핵심증상을 빠르게 호전시켜 아동이 더 이상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않고, 긍정적인 교육 경험을 쌓아나가기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90년대 초반 미국 교육부와 국립보건원에서 시행한 대규모 비교연구로 확인이 되었다.

오해 6. 아이들은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 한다.

이해 6. “지나치게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부모의 체벌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리를 저는 아이에게 달리기를 시켜놓고 못 달린다고 욕하거나 때려서야 되겠는가? 에이디에치디 아동들은 스스로 자신을 제어하는 힘이 아직은 부족하다. 그러므로 아이가 그런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갖고 재활 치료하듯 가르쳐야 한다.

서천석/소아정신과 전문의,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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