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학원 중심 강의팀·시간 등 늘리기 온힘
시교육청·일선학교선 변화 따라잡기 안간힘
시교육청·일선학교선 변화 따라잡기 안간힘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전형 발표 이후 예상보다 부쩍 비중이 높아진 ‘논술시험’이 사교육시장 재편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대에 이어 다른 주요 대학들도 논술 비중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원가를 중심으로 ‘논술 열풍’이 급속히 퍼지는 가운데 결국 공교육 체계도 개편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논술 열풍’을 주도하던 학원가는 불안해하는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의 요구에 맞춰 수능 중심으로 짜인 학원 강의를 통합형 논술에 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대형 종합학원은 논술연구소까지 운영하면서 통합형 논술유형 연구를 하고 있다. 소규모 전문학원은 통합형 논술학원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형 종합학원인 고려학원은 현재 논술 전문 강사와 연구진으로 꾸려진 4개의 논술팀 70~80명이 논술 유형 연구와 강의를 맡고 있는데, 앞으로 논술팀을 더 늘릴 계획이다.
종로학원 종합반은 올해 주 1시간인 논술 강의를 내년에는 주 6~7시간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 학원은 올해 4월 논술연구소까지 세워 수십명의 연구진이 논술시험을 분석하고 있다.
ㅊ논술학원 이아무개(37) 강사는 “서울대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학원가에서는 언어영역이나 사회탐구 강사들이 논술강사로 발빠르게 전업하고 있다”며 “수학학원에서 논술강좌를 새로 개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학원가의 ㄱ원장은 “최근 강남에선 국어·논술 학원들이 수학학원과 연계해 통합형 논술을 준비하는 학원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2 아들을 둔 이명숙(44)씨는 “서울대가 논술을 강화했으니 다른 대학들도 따라갈 게 분명하고, 통합 논술에 대비하려면 따로 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교육청과 학교현장에서도 논술 대비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사교육시장의 발빠른 변화에 견줘보면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논술 강화에 맞춰 지난해 10월부터 ‘꿀맛 닷컴’이라는 가정학습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논술교실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고교 교사 160명이 3200여명의 초·중·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첨삭지도와 논술 상담을 하고 있고, 올 1학기에 1086명에게 논술 지도 교사 연수를 시켰다. 인문·사회·자연분야를 통합해 만든 고교용 논술 읽기자료 6600부를 학교에 나눠준 데 이어, 2학기에는 초·중학생용 논술 읽기자료를 개발해 각 학교에 나눠줄 예정이다. 학교 시험에서 논술·서술형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도 넓게 보면 논술 비중이 높아진 대학 입시에 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경복여고는 지난해부터 방과 후 학교에서 교사들이 팀을 이뤄 논술 강의를 하고 있다. 제시문을 요약·정리하는 단계부터 글쓰기까지 단계별로 지도하고 있다. 또 생활기록부에 각 학생이 독서를 한 객관적인 자료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장기적으로 책 읽는 분위기를 끌어내고 있다. 김영민 명덕외고 교사(국어)는 “대입에서 논술이 강화된다는 것은 이미 예상했지만, 비중이 높아지고 어려운 논술 유형에 학생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라며 “학교에서는 논술만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이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논술 대비에 전념할 수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유병화 고려학원 평가이사는 “전체 202개 4년제 대학 가운데 논술시험을 치르는 학교는 47개 정도인데 모든 학생들이 초·중학교 때부터 통합형 논술 준비에 매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희 최현준 기자 hope@hani.co.kr
서울 경복여고는 지난해부터 방과 후 학교에서 교사들이 팀을 이뤄 논술 강의를 하고 있다. 제시문을 요약·정리하는 단계부터 글쓰기까지 단계별로 지도하고 있다. 또 생활기록부에 각 학생이 독서를 한 객관적인 자료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장기적으로 책 읽는 분위기를 끌어내고 있다. 김영민 명덕외고 교사(국어)는 “대입에서 논술이 강화된다는 것은 이미 예상했지만, 비중이 높아지고 어려운 논술 유형에 학생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라며 “학교에서는 논술만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이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논술 대비에 전념할 수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유병화 고려학원 평가이사는 “전체 202개 4년제 대학 가운데 논술시험을 치르는 학교는 47개 정도인데 모든 학생들이 초·중학교 때부터 통합형 논술 준비에 매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희 최현준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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