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토익응시 급증세에 기름 부어
“대학이 해야할 몫 중고교에 떠넘겨” 비판
“대학이 해야할 몫 중고교에 떠넘겨” 비판
서울대가 2008학년도 정시모집(일반전형)에서 영어능력시험 점수를 비교과 평가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초·중·고교생의 토익·텝스·토플 준비 사교육이 더욱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 영어학원들은 시장을 불릴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초·중·고교생 응시 급증세=중학생과 초등학생의 토익 응시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토익 주관사인 한국토익위원회가 밝히는 지난해 토익 응시인원은 185만6천여명. 이 가운데 5만8천여명이 초중고생이다. 초등생의 경우 2000년엔 262명이 시험을 봤으나, 지난해엔 정기시험만 따져도 1491명이 응시했다. 중학생은 2000년 4천여명에서 지난해엔 2만2천여명이 시험을 쳐 5배 이상 급증했다. 초·중·고교생의 토익 응시는 ‘초중급용 토익’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토익브리지를 합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응시자 대부분이 초·중학생인 토익브리지 응시인원(정기시험+특별시험)은 2002년 7002명에서 2003년 2만1900명, 2004년 3만8404명으로 크게 뛰었다. 이는 2002년부터 대학들이 수시모집 특별전형에서 이들 성적을 반영하는 어학특기자 전형 등을 양산한데다 외고와 자사고 역시 토익, 텝스 등을 입학 전형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토플은 2004년 6월~2005년 5월까지 1년 동안 10만4천여명, 서울대가 주관하는 텝스는 연 20만여명이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 8월 텝스 응시자 1만5천~2만여명 가운데 18.8%가 초중고교생이었다. 이 중 고교생이 14%, 초등학생도 0.4%나 됐다. 이번 서울대의 토익·토플·텝스 반영은 이들 주관기관의 응시료 수익 증가 기대도 높여주고 있다. 서울대 쪽이 텝스 응시료 장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대 정시모집의 토익·텝스 등 반영은 결국 고교 진학 준비단계에서부터 토익·텝스 점수를 따놓고, 고교에서도 일상적으로 이들 시험에 대비하는 외국어고 학생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일반고의 경우 이들 영어능력시험을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는 곳도 있고, 이런 시험 응시비율도 훨씬 낮은 탓이다. 교사들은 서울대가 수시모집 특기자전형 외에 정시모집에서도 특목고 응시생을 우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벌써 움직이는 시장=학원가에서는 서울대의 이번 방침을 계기로 수강생 유치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토익 시행사인 한국토익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서울대 2008년 정시모집 토익 등 어학능력 반영’ 사실을 공지사항으로 돋보이게 올려놓았다. 학원가에서는 서울대의 2008입시계획이 발표되자 학생과 학부모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ㄷ어학원의 박금선 원장은 “최근 들어 고교생 가운데 토익 등 관련 문의들이 오고 있다”며 “특히 1등급 정도 되는 아이들의 문의가 9월 들어 늘었다”고 말했다.
이동현 서울 동대부고 교사(영어)는 “비즈니스 영어 평가인 토익과 유학 대비 시험인 토플 점수를 고교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대학에서 할 일을 중·고교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미경 최현준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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