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 제한 정책을 성공 모델로만 부각한 채 저출산의 문제점은 빠뜨리거나, ‘1자녀 가정’만을 예로 삼은 삽화들을 가득 싣고 ‘일하는 아빠, 가정주부 엄마’라는 고정된 성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 내년부터 초·중·고교 사회 관련 교과서에서 사라진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7일 저출산·고령 사회에 살아갈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구 과잉이나 가족 가치관, 남녀 성역할 등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수정·보완한 초·중·고교의 사회, 실과(기술·가정), 도덕 교과서를 내년부터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선 “동생이 생겼어요”처럼 두세 자녀를 둔 다자녀 가정의 생활을 소개하는 등 바람직한 가족 가치관 형성에 중점을 둔다. 남녀 성역할을 보는 낡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하는 엄마, 가사를 돌보는 아빠’처럼 양성평등 시대에 걸맞는 내용을 강화한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에는 “아버지는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 가정을 이끌고, …어머니는 가족들이 마음놓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씌어 있다.
노인들도 누워만 있거나 노인정에 앉아 있는 모습이 아니라, 사회봉사에 참여하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모습을 적극 소개해 노인들을 부양대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우리나라 가족정책이 ‘산아 제한’에서 현재 ‘출산 장려’로 바뀐 점도 적극 소개한다. 현재 중·고교 <사회> <도덕> 교과서에는 “엄청난 인구증가는 자연환경 파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거나 “고령화 사회에서는…늙고 병든 인구만 늘어나, 사회적으로 큰 짐이 될 뿐”이라거나 어머니이자 직장인이 “집안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 집안 살림은 엉망이 되곤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교육부는 중·고교 교과서에 이런 내용을 고쳐, 인구 감소의 원인과 문제점, 노인인구 증가에 대한 대책,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노력을 적극 소개해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을 학습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교과서에 단일 민족임을 지나치게 강조해 혼혈인이나 이민자들을 배타적으로 바라보게 할 위험이 있는 표현도 고칠 계획이다.
교육부는 오는 10월 <교과서 보완지도자료>를 펴내 보급하고, 차기 교육과정에도 이런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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