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역사교육이 부실해지고 있다. 중등교과 과정에서 국사·세계사 과목 등이 홀대받더니, 급기야 국가고시 시험과목에서도 뒤로 밀려났다. 이를 꾸짖고 항의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역사를 아는 일의 소중함은 역사를 공부한 사람만이 알고, 그 중에서도 역사를 ‘사색’한 사람만이 안다. 역사를 공부하고 사색한 사람이 이미 드물어진 것이다.
<우리 역사 첫발 1·2>는 처음 역사를 접하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갓 입학한 1학년생도 부모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꾸몄다. 첫 수유가 중요하듯이, 첫 역사공부도 중요하다. 역사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관건이다. 그 힘이 평생을 간다. 그렇게 길러진 개인의 힘이 거대한 역사를 바로 세운다.
이 책은 석기시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달음에 짚고 있다. ‘입말체’의 글은 쉽고 간결하다. 만화를 닮은 삽화는 친근감 넘친다. 각 시대의 고갱이도 잘 짚었다. 유심히 살펴보면 지은이의 ‘포인트’도 숨어있다.
고구려 멸망 이후 건국된 발해를 신라와 나란히 맞세운 대목에는 최근 고구려사 논쟁과 잇닿은 민족주의의 여운이 깃들어있다. 고려 시대 편에서는 학정에 맞선 농민과 노비의 봉기를 두드러지게 알렸다. 일제 시대 편에서는 유명한 독립운동가 외에도 농민·노동자·학생들의 저항을 따로 소개했다.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근현대사 편에선 어느 쪽으로도 쉽게 기울지 않는 균형감이 돋보인다. 해방 이후 경제발전은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룩했다’고 설명한다. 민주화 과정에 대한 소개도 군더더기가 없다.
어떤 면에서 역사는 학교에서 배우는 게 아니다. 스스로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 ‘깨우쳐’ 나가는 것이다. 역사교육의 첫걸음을 잘 내디뎌야, 아이들의 역사공부가 통계와 연표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저학년, 김수경 글, 이상미 그림. 문공사/각권 88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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