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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욘사마 열풍’ 그저 허상일 뿐일까

등록 2006-10-15 22:28

박용성 교사의 실전강좌

2.기출문제에서 논제 찾기

[가] 지문은 대중 문화에 대한 논의이다. 먼저 [나] 지문에 제시된 중심 개념을 도출·정리한 후, 이를 분석의 도구로 삼아 [가] 지문을 참조하여 [다] 지문의 ‘욘사마 현상’을 분석하시오. 빈칸을 포함하여 1600자 이상 1700자 이내로 쓸 것. (2005학년도 한양대학교 논술고사)

[가] 대중 문화는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런 대중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이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이도 있다. 옹호론자들은 대중이 대중 문화를 통해 민주적으로 문화를 함양하고 교양을 함양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비판론자들은 대중 문화가 인간의 사고와 표현의 정수이어야 할 문화와 예술을 오히려 저급한 상태로 퇴행시킨다고 역설한다.

대중 문화를 문화 산업과 연관시켜 비판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대중 문화를 문화 산업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품으로 간주한다. 그들에 의하면 문화 산업가들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예술에 간섭하고 이를 자신의 의도에 맞게 변형시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문화 산업가들은 다양한 문화적 공세를 통해 대중의 정서와 감정, 취향과 무의식마저 조작한다. 이 속에서 문화는 대량 생산된 상품처럼 다양성과 독창성을 상설하고, 대중은 이를 향유하며 얻은 충족감을 통해 불만과 갈등을 해소하고 일상의 행복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한편 대중이 수동적으로 대중 문화 상품을 소비하는 객체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대중은 문화에 대해 스스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주체이다. 대중 문화 역시 제작자의 의도대로 조작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중 문화는 제작자의 의도와 수용자의 의도가 만나고 섞이는 가운데 의미를 만들어 가는 문화적 실천의 산물이기도 하다.

[나] 매스 미디어는 사회에 끊임없이 문화적 상징 기호를 강요한다. 대중 문화에서 상징 기호는 눈에 보이는 의미 외에도 숨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기호는 문화적 혹은 사회적 맥락을 통해 2차적 의미를 지닌다. 특정한 기호가 그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서 심리적·정서적·이념적 의미를 부여받을 때, 문화적 신화가 생성된다. 제작자, 광고주, 언론인 그리고 문화 소비자들까지도 신화를 창조하며, 우리의 생각과 가치 기준에 영향을 미친다. 이 단계에서 신화는 사회 지배층의 가치관과 이익을 대변한다.

일부 대중 문화 평론가들은 문화적 소비를 조작된 것으로 본다. 문화 생산자들이 신화를 이용하여 문화 소비자들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는 문화적 상품과 결합된다. 이 결합은 사람들이 신화에 숨어 있는 의도를 고려하지 않고 상품을 소비하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 바로 이것을 통해 문화 산업은 막대한 이윤을 창출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중 문화는 문화 산업이 만들어 낸 환상일 뿐이다. 이 환상 뒤에, 문화 생산자들이 만들어 낸 신화가 있다.

[다] 뉴욕타임즈 12월 23일자 인터넷 판은 도쿄발 기사에서 32세의 배우 배용준이 달콤한 드라마 덕분에 수많은 일본 중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 인기 남성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한국과 일본에 무려 23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리하여 ‘용겔계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말은 가계의 총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계수에서 비롯된 용어다. 가계 총지출액에서 배용준과 관련된 문화 상품인 <겨울연가> DVD, OST, 서적, 액세서리, 가발 등에 쓰는 비용의 비율을 일컫는다. ‘욘사마의 일본 폭격’이란 말이 있을 만큼 배용준의 인기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배용준의 수려한 외모와 온화한 미소, 그리고 세련된 매너는 일본의 중년 여성 팬들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배용준을 언어와 문화만 약간 다를 뿐 자신들의 현실 속에 있음직한 ‘이웃집 왕자님’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욘사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30~60대 중년 여성들이 많다.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고, 부부 생활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많은 일본 주부들이 현실에 대한 비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옛 사랑에 대한 향수를 그에게서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논제 파악] 무엇을 묻고 있는가

이 문제는 발문에서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어. ① 지문 (나)에 제시된 중심 개념을 도출·정리한 후, ② 이를 분석의 도구로 삼아 지문 (다)의 ‘욘사마 현상’을 분석하되, ③ 대중 문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지문 (가)를 참조하라는 거야. 이처럼 이 문제는 이론에 나타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도구로 하여 구체적인 문화 현상을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따라서 이 문제는 제시된 지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야.

지문 (가)는 논술의 밑그림으로 활용하도록 대중 문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1문단에서는 ‘문화의 민주화’라는 차원에서 문화 향유의 기회가 확대되었다며 대중 문화를 옹호하는 입장과, ‘문화의 질’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차원에서 대중 문화는 저급한 문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적인 입장을 함께 보여 주고 있지. 그리고 2문단에서는 대중 문화를 문화 산업으로 간주하는 비판적인 관점을 드러내고 있어. 문화 산업가들은 문화를 상품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대중의 정서와 감정을 조작하여, 문화는 결국 여느 상품처럼 다양성과 독창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거야. 이와는 달리 3문단에서는 대중이 주체가 되어 문화 창조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대중은 수동적으로 문화 상품을 소비하는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대중 문화를 해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주체라는 거야.

지문 (나)는 문화 현상을 분석하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어. 1문단에서는 대중 문화 현상에 나타난 신화를 분석하고 있지. 매스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적 상징 기호가 사회 문화적 맥락을 통해 2차적 의미를 부여받을 때, 문화적 신화가 만들어지지. 이 신화는 사회 지배층의 가치관과 이익을 대변하는데, 이는 우리의 생각과 가치 기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야. 그리고 2문단에서는 신화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문화 생산자들은 신화를 이용하여 문화 소비자들의 사고와 행동을 조작하여 문화 상품을 소비하게 하여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지. 따라서 대중 문화는 문화 산업이 만들어 낸 환상일 뿐이라는 거야.

지문 (다)는 욘사마 현상에 대해 말하고 있어. 1문단에서는, 드라마 <겨울 연가>를 통해 일본 중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용준의 인기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파악하여 욘사마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지. 그러면서 이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여, 욘사마 현상은 한국과 일본에 23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는 거야. 그리고 2문단에서는 욘사마 현상의 요인으로, 보통 남자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수려한 외모와 온화한 미소, 세련된 매너가 배용준에게 있다는 점을 꼽고 있어. 아울러 배용준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은 30~60대 중년 여성들로서, 이들은 현실에 대한 비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옛 사랑에 대한 향수를 그에게서 찾으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어.

이처럼 이 문제는 지문 (나)를 읽고, 이를 도구로 삼아 지문 (다)의 욘사마 현상을 텍스트로 놓고 분석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문화 산업을 중심으로 일본의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신화가 작동하는 원리를 밝히고 이를 비판하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야. 하지만 전체의 논의의 틀을 암시하고 있는 지문 (가)에서, 문화 산업에 대한 일방적 비판보다는 그 비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어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될 거야.

박용성/여수여고 교사·<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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