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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전통 숨쉬는 ‘한옥 어린이집’ 아이도 엄마도 매력에 빠지다

등록 2006-10-18 20:11수정 2006-10-19 14:51

한옥으로 지어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어린이집에서 18일 오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옥으로 지어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어린이집에서 18일 오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종로구 운니동 운현어린이집 안마당서 자전거타고
옆문 열면 운형궁 쫙~대기자만 200~300명 인기
“여기 한정식집 아닌가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곳을 전통 음식점으로 알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정갈한 한옥 안마당에 들어서면 어린이들이 꼬마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다. 바로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어린이집의 풍경이다. 서양 동화에나 나오는 첨탑이 삐쭉빼쭉 솟은 궁전형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흔하지만 전통 한옥 양식을 살려 지은 어린이집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특히 서울 도심 한가운데 이런 어린이집이 있다는 것은, 홍진경(39) 원장의 말대로 “기적에 가깝다.”

한옥으로 지은 건물도 아름답지만, 옆문을 열고 나가면 운현궁과 울창한 숲이 마치 어린이집의 운동장처럼 펼쳐져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을 한번 찾은 어머니들은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대기자 수가 200~300명에 이르고 2~3년씩 기다리는 일도 있다. 먼 곳에서 일부러 발품을 팔아 아이를 맡기는 부모도 적지 않다. 남매를 모두 이곳에 보내는 차경란(41)씨는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아예 가까운 내수동으로 이사를 왔다”고 전했다. 먼 강남 쪽에서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도 여럿이다.

운현어린이집의 ‘인기 비결’은 어린이를 위한 세심한 설계에도 있다. 고즈넉한 우진각지붕(지붕을 네 면으로 구성한 한옥 양식)에다 ‘ㄱ’자 건물 안쪽에 따로 마당을 만들어 아이들 쉼터로 꾸몄다. 채광과 통풍이 중요한 어린이집의 특성을 고려해, 내부 설계 단계부터 유아교육 전문가인 임승렬 덕성여대 교수가 참여했다. 임 교수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 때까지 1년 동안 거의 이곳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교실 천장에는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유리창까지 냈다.

아이들이 야외 마당에서 모래장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야외 마당에서 모래장난을 하고 있다.
보육교사들은 6개 반 아이들 50명의 먹거리 준비부터 놀이와 공부, 잠자리에 이르기까지 챙긴다. 미닫이문의 문턱을 없애고 손잡이 없는 가구를 따로 만드는 등 어린이를 위한 내부 설계·시공 덕에 사고도 거의 없다.

또 심각한 텔레비전 중독을 피하기 위해 시청 시간을 최소화했다. 홍 원장은 “서양 동화를 흉내낸 건물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들에게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어린이집은 생애 첫 교육기관인 만큼 우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운현어린이집은 1996년 문을 열면서 평생교육원 안의 옛 기숙사 건물 일부를 고쳐 사용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간으로 설계되지 않은 탓에 무시로 뛰고 넘어지는 아이들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3년께 근처 문화여관과 국립국악원 자리 한옥을 사들여 헐고, 지난해 새로 건물을 지었다.

글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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