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교서 수능 코앞 고3생들 대상 강행
‘학생의 날’에서 올해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로 이름이 바뀐 3일, 두발 제한과 체벌 등 학교 공간의 인권 침해를 그쳐달라는 각종 행사가 이어졌지만 일부 학교에선 이날도 ‘두발 단속’이 여전히 강행됐다. 경기 수원시 ㅇ고등학교는 이날 오전 대입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3학년 전체 남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시간에 두발검사를 실시해 59명을 ‘적발’했다. 이 학교는 지난 1일 3학년 교실에 공고문(사진)을 붙여 두발규정에 어긋나는 학생들을 ‘이발소로 이동’시켜 강제로 머리를 자를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이에 김아무개(18)군이 “머리를 잘리는 게 아니라 인권이 잘려나가는 것”이라고 항의하는 등 많은 학생들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학교 윤아무개 교장은 “3학년 학생들이 마치 졸업한 것처럼 특권의식을 지니고 있다”며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할 건 해야 한다는 게 확고한 신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가 시작되자 3학년부장인 임아무개 교사는 “오늘 두발 검사에서 지적된 학생들에 대해 공고문 내용처럼 강제로 머리카락을 자르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머리를 단정히 자르도록 지도하는 것에서 그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예비교사인 사범대 학생들은 어린이·청소년 인권 보장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서울대·고려대 사범대 학생회와 예비교사 운동모임 ‘페다고지’ 소속 대학생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린이·청소년들이 두발제한과 체벌, 보충수업, 소지품 검사 등을 통해 자율성과 존엄성을 가진 한 개인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며 “앞으로 가해자의 위치에 서지 않겠다는 성찰의 자세를 갖고, 부당한 인권침해에 맞서 싸워온 이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인권모임 ‘나르샤’와 ‘청소년 다함께’, 인권운동사랑방 등도 이날 오후 학생 인권과 관련한 요구를 담은 스티커가 붙은 대형 고무공을 서울 명동성당에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까지 굴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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