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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소신 지킨 교사

등록 2006-11-09 18:47수정 2006-11-09 22:50

나승인 선생님
나승인 선생님
‘얼쑤절쑤~’ 풍물로 학교 떠들석하죠

전북 시골학교로 간 나승인 선생님

교사 나승인(49)씨는 2003년 초 20여년 동안의 서울 생활을 접고 전북 무주의 한 시골 마을로 내려갔다. “학교에 벌여놓은 일이 시골행 발목을 붙잡았다”는 나 교사는 “지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행복하다”고 지난 3년 반의 시간을 말했다.

20년 서울생활 접고 낙향…“막걸리 좋아하는 촌놈”
무주 적상중서 풍물패 만들고 마을 ‘청년회’ 조직
중1·3년된 자녀도 농촌사람 자부심 갖고 자라주길

“시골에서 커서 취향이 촌놈이에요. 막걸리 좋아하고 풍물 좋아하고.” 어렸을 때 꽃상여집을 해서인지 나교사는 유난히 풍물을 좋아했다. 공고를 졸업하고 꽤 긴 군대 생활을 거쳐 고학을 했던 대학 시절까지, 그는 풍물을 구경만 했다. 1985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뒤 생긴 약간의 여유를 그는 풍물로 채웠다. 꽹과리의 쇳소리와 경쾌한 장구소리에 빠져 지냈고, 직접 시골로 가 풍물을 배우기도 했다. “그냥 있지 못하고 일을 잘 벌여요. 뭔가 함께 하는 걸 좋아해서.” 학교 생활도 그랬다. 전교조 창단 멤버였던터라 89년부터 4년 동안 해직 생활을 했고, 복직 뒤엔 전교조 분회장, 지회장 등을 맡아 열심히 활동했다.

나 교사는 가는 학교마다 풍물패를 만들었다. 하다보면 학생들이 더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교생이 36명뿐인 무주 적상중학교에서도 ‘얼쑤절쑤’라는 이름의 풍물패를 만들었다. ‘얼쑤절쑤’는 불과 3년만에 전교생이 참여해 군내 행사에서 길놀이를 해 주는 수준이 됐다. 나 교사는 이밖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조용한 학교를 깨웠다. 지지부진하던 학교 축제를 되살리고, 일 년에 몇 차례 전교생과 함께 삼겹살 잔치도 벌인다. 틀에 박힌 수련회도 근처 지리산이나 덕유산으로의 1박2일 산행으로 바꿨다.

나 교사의 마당발 활동은 지역에서도 두드러져, 동네 젊은 사람들과 함께 청년회를 만들고, 명맥이 끊겼던 정월 대보름 보름굿도 되살렸다. 풍물이 큰 역할을 했지만, 막걸리 풍의 촌놈 기질과 적극적인 다가섦이 있어 가능했다.

무주 지역 환경단체와 함께 골프장 설립 반대 운동도 적극 벌이고 있다. “텃세요? 글쎄요, 텃밭에서 쪼그려 앉아 일하고 있으면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와서 서로 한마디씩 하죠. 답답하신가봐요.” 시골에서 시골 사람으로 살다보니 마을 사람들은 텃세보다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민다.


모두가 도시로, 서울로 모이는 시대, 후회한 적은 없을까? “단 한번도요. 시골 오는게 쉽진 않았죠. 하지만 핏속에 농촌 문화가 흘러서인지….” 중1, 중3인 아이들 교육 문제가 좀 걸리지만, 그렇게 크진 않다. 얘들도 아직 큰 불만 없이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고, 교사인 부인도 시골행에 흔쾌히 동의했다. “들꽃 이름도 알고, 텃밭도 가꾸면서 진짜 농촌 사람으로 자부심을 갖고 컸으면 좋겠어요.” 그가 자식들과 학생들에게 갖는 작은 바람이다. 글·사진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교육현실 이모양인데, 훈장이라니”
정년퇴임 정부훈장 포기한 김용택 선생님

교사 김용택(61)씨.
교사 김용택(61)씨.

마산 합포고 사회 과목 담당 김용택(61) 교사는 내년 2월 정년을 앞두고 정부가 수여하는 옥조근정훈장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포기서를 최근 경남도교육청에 제출했다.

근정훈장은 33년 이상 근무한 퇴임 교사 전원에게 주는 훈장.

그는 포기서에서 “요사이 교육 현실을 보면서 훈장이나 포상을 과연 받을 수 있는가 고민했다”며 “입시교육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 현실에서 무거운 짐을 후배 교사들에게 남기면서 훈장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너져 가는 교육 현실을 외면하고 훈장을 받으며 퇴임을 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공적 없이 재직기간에 따라 나오는 훈장은 의미가 없다”며 “38년을 교육 현장에 있었지만 떠나면서 훈장까지 받는다는 게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는 “교육이 무너졌다고 난리들인데 퇴임 교사에게 모두 훈장을 준다니 어이가 없다”며 “교사들이 해마다 실적을 내놓고 훈장을 받는데 왜 학교는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를 덧붙였다.

내년 2월 받게 된 ‘옥조근정’ 훈장 포기서 내
입시교육 굴레서 못 벗어나는 현실 개탄스러워
‘사람 만드는 교육’ 38년 교직생활 목표였는데…

전교조 초대 마산지부장을 맡았던 김 교사는 마산여상에서 근무하던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돼 학교를 떠난 뒤 1994년 복직된 ‘전교조 1세대’.

김 교사는 “무너져 가는 교육을 살리기 위해 활동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구속·수배를 당하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가장 아쉬운 것은 입시 위주 교육에서 아이들에게 인간으로서 배워야 할 것을 가르쳐주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 만들기 교육을 지향하면서도 시험 문제를 외우게 하고 참고서 문제 풀이에 매달려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아끼는 것을 가르쳐주지 못했던 게 마음 아프다”고 했다. 그는 “학교가 사회적인 존재를 키워내야 하는데 출세를 위한 교육에만 매달려 개인적인 존재만 키워내다 보니 학교가 삭막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교사들 노력만으로 학교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교육부와 학부모, 교원 단체 등이 마음을 모아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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