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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윤대 쇼크’…CEO형 총장 시대 막내리나

등록 2006-11-14 19:08수정 2006-11-15 02:33

어윤대 고대총장 업적 불구 교수들 “차기총장 부적절”
학생들 강제출교도 ‘발목’ 정창영 연대총장도 평가 부정적
‘전문경영인형 대학 총장’의 대명사로 꼽혀 온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13일 새 총장 후보 자격심사에서 교수들로부터 부적격자로 지목돼 탈락했다.

역시 경영인형인 정창영 연세대 총장도 최근 교수 평의회가 평교수 476명을 상대로 벌인 총장 공약실천 중간평가에서 5점 만점에 2.11점을 얻는 데 그쳤다. 그동안 각광받아 온 경영인형 총장 시대에 제동이 걸리는 것일까?

어윤대 총장의 패인은? = 지난 4년 동안 고려대 개혁의 견인차로 외부에 비친 어 총장의 업적은 화려하다. 발전기금 3500억원 유치, 영어 강의 확대, 교내 전체 건물의 40% 신·증축, <더 타임스> 대학평가 150위 진입 등을 이뤄냈다. 그럼에도 투표에 참가한 고려대 교수 900여명 가운데 과반수가 그를 차기 총장 후보에서 탈락시킨 것이다.

고려대 문과대의 한 교수는 “어 총장식 경영 마인드로 학교가 발전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에 비해 교수 대우는 제자리걸음이었다”며 “교수들에게 개인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말했다. 영어 강의 비율을 무리하게 높인 것과 시위 학생들을 강제 출교시킨 것이 어 총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의견도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조영관 사무국장은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반발했다”며 “발전기금 등도 학교 설립 100돌이라는 상황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영 연세대 총장이 중간평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을 두고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교수평의회는 소식지에서 “최근 보도된 대학 순위에 대한 우려와 실질적 비전의 부재, 행동있는 리더십 결여 등이 지적됐다”고 밝혔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교수에 대한 섬김과 배려가 없이 기업조직의 한 구성원인 양 취급하고 있다”며 “업적 점수만 매길 게 아니라 신명나게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북돋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경영인형 총장 바람직한가? = 전문경영인형 총장의 효시로 꼽히는 사람은 연세대의 송자 전 총장이다. 그는 국내 최초로 발전기금 모집을 전담하는 행정조직을 만드는 등 대학에 기업 마인드를 처음 도입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서강대는 아예 전문경영인 출신인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을 총장으로 임명했다. 서울대 정운찬 전 총장도 전문경영인형 총장은 아니었지만, 1500억여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는 등 재정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사학)는 “송자 전 총장은 시대를 상당히 앞서 간 경영형 총장이었지만 그만큼 경영형 총장의 병폐를 다 안고 있었다고 본다”며 “대학의 발전 전략을 회사 경영을 진단하는 컨설팅회사에 맡긴다는 것에 많은 교수들이 비판적이었다”고 말했다.

서강대의 한 교수는 “대학이 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총장의 구실이 그것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손병두 총장을 임명한 것은 학교의 재정적 건전성 확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학문 발전과 대학의 비전 등 지성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대학장은 “전문경영인형 총장은 총장이 갖춰야 할 덕목의 일부일 뿐, (이것 말고도) 대학의 역사와 이념,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필요하다”며 “지나친 시장주의와 오도된 국제화가 대학 개혁의 전부인 양 여기는 풍토는 대학 발전에 오히려 위험하다”고 말했다.

고대 철학과의 임홍빈 교수도 “전문경영인형 총장은 과도기적으로 꼭 필요한 리더십이지만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경영 마인드와 아카데미즘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신재 전진식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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