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 <소중한 내 몸은 내가 지켜요>의 주인공인 무지개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남녀의 몸과 임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강서아동복지센터 제공
어린이 성교육 ‘무지개인형극단’ 뜨거운 호응
학부모 수요 증가 추세…“전문기관 늘어야” 유랑극단이 달린다. 오늘은 서울, 모레는 울산…. 새벽같이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벅찬 일정이지만, 아이들의 동그란 눈을 보면 힘이 솟는다. 무지개인형극단의 이현지 단장(24)은 지난 21일 서울 개화동의 강서아동복지센터 무대에 섰다. 어린이 성교육 인형극 <소중한 내 몸은 내가 지켜요>를 선보이는 날이다. 포항서 올라온 극단 소문에 강당 통로까지 꼬마 관객들이 들어찼다. “불꺼진다고 울면 안돼요. 무섭지 않지요?” 이 단장의 다짐에 네살배기부터 미운 일곱살까지 “네” 야무진 대답을 합창한다. 몸의 소중함,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 성추행 대처법 등을 차근차근 가르치는 성교육 인형극은 벌써 200회에 가까워졌다. 다음달 1일에는 경북 구미의 똘망한 관객들에게 달려갈 예정이다. 성추행의 상황은 낯선 어른, 동네 어른, 학교 선배가 각각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로 나뉘어 재연된다. 이런 경우 △“싫다”고 분명히 말하고, △밀폐된 공간으로 따라가지 말고, △일어난 일을 부모에게 반드시 얘기하라고 인형극은 가르친다. 아이들은 어른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여기는데다 연장자의 요구에 쉽게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불쾌한 신체 접촉은 상대가 누구든 단호히 거절하도록 일러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올 통계를 보면, 13살 미만을 상대로 한 성범죄의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이 52.1%로 가장 많았지만 ‘동네 사람’도 25%로 두번째를 차지했다. 더구나 교사·목회자처럼 권위있는 사람에게 당한 피해도 드물지 않다. 김아람(32·주부)씨는 이날 네살짜리 딸을 데리고 인형극을 보러 왔다. 그는 “딸 아이가 좀더 크더라도 놀이터에 혼자 내보내기가 불안하다”며 “일찌감치 성교육을 시킬 작정”이라고 말했다. 15명의 아이들을 인솔해 온 은총선교유치원의 민희경(29) 교사도 “아이들이 서너살만 되면 몸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며 “학부모들도 일찌감치 성교육 프로그램을 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이 성교육 인형극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무지개인형극단도 1997년 봉사단체인 AMA인형유랑단에서 출발했지만, 공연 수요가 늘자 2년 전 프로극단으로 변신했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의 왕강희 교육사업팀장은 “인형극은 아이들이 성폭력 상황이 어떤 것인지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며 “어린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 전문 기관이 부족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진 강서아동복지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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