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왜 월급이 없지? 왜 자동차가 자전거보다 많지? 공부잘하면 정말 돈 많이 벌까? 대답해 보실래요? 어린이 책 시장에 ‘경제관련 실용서’가 쏟아져 나온다. 책을 알리는 보도자료들은 “부자가 되려면 어릴 때부터 재테크 연습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책들은 학창 시절의 교련 수업을 연상시킨다. 그때 어른들은 전쟁에 대비해 중·고등학교 때부터 총검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생각이 바로 된 어른들은 있었다. 그들은 전쟁연습이 아니라 평화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덕분인지 교련 수업은 사라졌다. 학교에서는 지금 평화와 공존을 가르친다.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에서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이제 ‘돈벌이 교련 수업’을 없애자고 말한다. “수십년 동안이나 오직 돈 버는 이야기에만 관심을 갖고 눈길을 준” 탓에 “사람도 병들고 자연도 병들고 사람과 사람 사이는 점점 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모으는지 이야기하는” 어린이 경제실용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혼자만 잘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모두가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경제 이야기”다. 경제 이야기라는 설명도 조금 부족하다. 읽는 이에 따라서 이 책은 철학책이기도 하고, 역사책이기도 하며 사회책이기도 하다. 돈벌이 경제를 벗어나 ‘살림살이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생각 바꾸기’를 제안한다. 한국 경제의 역사와 구조에 대한 의문을 계속 던진다. 경제·사회·역사·철학에 두루 걸쳐 있는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골에서 살림살이 경제를 실천하고 있는 강 교수가 아이들에게 던지는 의문은 이런 것이다. 왜 어른들은 자꾸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할까. 공부를 잘하면 정말 돈을 많이 벌까. 그리고 돈이 많으면 정말 행복해질까. 이런 물음도 있다. 왜 사람마다 월급이 다를까. 엄마는 왜 월급이 없을까. 왜 집값은 오르기만 하는 걸까. 상식을 뒤엎게 만드는 질문도 있다. 고기를 먹으면 정말 힘이 세질까. 왜 자전거보다 자동차가 많아질까.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진실을 찾게 하는 ‘변증’의 정신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아이들이 순식간에 빠져들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강 교수가 한국의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핵심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총생산으로 보면 세계에서 열두번째 나라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국민총행복은 세계에서 몇번째나 될까요?” 그러고는 은근히 아이들을 북돋운다. “‘넌 공부만 잘하면 돼’ 어떤 어른들이 이렇게 말하면 이제 여러분도 할 말이 있겠지요?” 문제는 따로 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돈벌이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당돌하게 따질 때, 부모들은 뭐라고 답해야 하나. 고학년, 강수돌 지음, 최영순 그림. -봄나무/89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