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두고 ‘시화호 도보 및 자전거 순례’를 시작한 경기 안산 동산고 3학년생 35명이 7일 오후 시화호 갈대 습지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산 동산고 35명 75km ‘환경순례’
갈대밭·공룡알 화석지서 ‘추억쌓기’
갈대밭·공룡알 화석지서 ‘추억쌓기’
“고생좀 해보세요” 7일 오후 1시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 시화호 갈대습지공원을 소개하던 시화호 생태연구소 김호준 박사가 졸업여행에 나선 학생들의 고생길을 축하하자 학생들이 “와”하고 비명을 지른다. 이날은 안산 동산고 3학년14반 학생 35명이 아주 특별한 졸업여행을 떠나는 첫 날이다. 앞으로 2박3일간 시화호 주변을 걸어서 50㎞, 자전거를 타고 25㎞ 등 모두 75㎞의 환경순례에 나선다. 이들은 안산의 ‘풀뿌리환경센터’ 남윤영 국장과 우음도생태문화학교의 이재화 대표 등과 함께 시화호의 갈대밭과 공룡알 화석지를 돌 것이다. 경기도 안에서는 서울대 입학률 1위를 기록할 만큼 명문고로 성장했지만 오는 13일 발표되는 대입수능시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기는 여느 고교생과 똑같다. 이들은 왜 이렇게 길고 유별난 졸업여행을 택했을까. 김귀식 담임교사는 “시화호 주변은 간석지와 갈대로 뒤덮여 있다”며 “이제 사회로 나가는 아이들은 시화호를 걷고 자전거를 타면서 길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때는 ‘죽음의 호수’였다가 되살아난 시화호 등 지역 환경을 체험해보는 것도 이번 여행에 담긴 뜻이다. 그곳에서 이들은 물과 새, 공룡알 등 자연과 사람들을 만난다. 문정희 한양대 교수와 우음도 윤영배 어촌계장, 조기진 어도이장 등 전문가는 물론 시화호 주변 마을 주민과 만나 시화호의 과거와 미래의 삶에 대해 강의도 듣고 토론도 벌인다. 하지만 학생들은 첫날 우음도 마을회관에서, 둘쨋날은 어도 별빛사랑채 펜션에서 머물며 보낼 시간을 더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날 습지공원에서 만난 구태훈(19)군은 “3학년 내내 ‘입시지옥’에 갇혀 같은 반 친구끼리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며 “고등학교 시절 중 가장 보람있는 추억을 이번에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다른 학생 김선우(19)군은 “가다가 수로가 있으면 반바지를 입고 건너려고 반바지를 아예 속에다 입고 왔다”며 활짝 웃었다. 졸업여행을 마치면 이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이들의 졸업여행이 인생의 별 빛으로 남을까. 학생들은 갈대습지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갈 길을 서둘렀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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