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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농어촌 학생에 ‘결여된 기회’ 국가가 보장해줘야

등록 2006-12-26 08:28수정 2006-12-26 10:51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기고]
‘볼보 효과’라는 말이 있다. 한때 볼보 승용차는 미국에서 부유층을 상징하는 대명사였다. 당시 집에 볼보 승용차가 있는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다른 학생들보다 현저히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그 뒤로 학업성적과 계층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켜 볼보 효과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고교 등급제, 서울 강남 효과 등 교육격차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계층 배경과 거주지역에 따른 교육격차를 뜻하는 이 볼보 효과를 우리 사회가 용인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교육격차의 의미를 살펴보자. 교육은 학생들의 자아를 실현시켜 준다는 고상한 이념을 갖고 있다. 동시에 교육은 희소한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경쟁의 수단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능력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학력에 격차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됐는가에 있다.

소설 <왕자와 거지>는 두 사람의 타고난 능력이 비슷하더라도 기회가 불공평하게 주어지면 교육격차가 발생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보기다. <한겨레>와 함께 인터뷰한 서울 강남의 학생과 농어촌 학생에게 똑같은 양의 교육기회가 주어졌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국가는 농어촌 학생에게 결여된 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조건을 같게 해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 과정과 결과에서 불리했던 정도를 교정해주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서 ‘경주의 비유’는 유용하다. 이 비유는 ‘결승선에 먼저 도달한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점에서 경쟁 규칙의 공정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일단의 아이들이 출발선상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가정하자. 맨발로 선 아이에게 운동화를 신도록 해주거나, 발에 장애가 있는 아이를 얼마 정도 앞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이것들이 다 규칙을 세우는 문제에 관련된다. 일례로 대입에서 고교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높이는 방안은 조건에서부터 발생한 교육격차를 보완해서 조정해주는 기능이 있다. 볼보 효과를 교정하기 위해 국가는 공적인 방법으로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줘야 하는 것이다.

게임의 규칙과 관련된 것 말고도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교육격차가 있다. 그것은 승인의 격차다. 가난한 가정 배경의 학생들은 자신의 가족들이 사회적으로 승인 또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정서적 격차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에 응한 농어촌의 한 학생은, 그의 부모가 “너는 절대 아빠처럼 힘든 일 하면서 살지 말라”며 열심히 공부할 것을 독려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육체노동에 대한 가치를 얼마나 폄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노동의 의미를 중요시하고 노동자들이 존중받아야 하는 사회적 가치를 유의미하게 가르쳐야 한다. 교육의 격차는 물질적이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차이도 반영하기 때문이다. 성열관/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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