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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원리와 현상’ 잘 꿰어 정리하면 ‘보배’

등록 2007-01-07 19:19

핵 기술은 인류에게 ‘에너지’라는 선물과 ‘핵폭탄’이라는 재앙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과학자들의 핵 기술 개발은 과연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사진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핵 기술은 인류에게 ‘에너지’라는 선물과 ‘핵폭탄’이라는 재앙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과학자들의 핵 기술 개발은 과연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사진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김은주 교사의 수학 과학 비타민 /

김은주 교사의 수학 과학 비타민
김은주 교사의 수학 과학 비타민
2008학년도 입시부터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의 정시 모집에 자연계열 논술이 신설되는 등 논술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자 자연계 학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초·중·고교에 걸친 십여 년의 교육과정 중에 사실 엄청나게 많은 지식의 양이 포함돼 있는데도, 학생들은 자신이 아는 것이 없고 논술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배경 지식의 90% 이상을 학교 공교육에서 다뤘고 이를 충실히 배웠는데도 학생들이 논술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이유는, 직접적으로 논술이라는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고 토론식 수업 등 생각하는 과정을 강조하는 수업이 적으며, 글을 써본 경험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지식은 있으되 그것을 담는 그릇, 표현의 방법이 낯설기 때문에 논술 공포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학원 강사의 현란한 기출 문제 분석과 예시 답안을 보고 있노라면 학생들이 다소 기가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자연계열 논술 준비는 별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각 교과목의 여러 학습 활동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수학·과학적 원리와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결합시켜 사고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평범하지만 꾸준한 실천만이 자연계 논술 해법을 찾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믿어야 한다.

자연계열 논술도 논술 답안이 가지는 기본적인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글쓰기 훈련도 필요하며, 주장을 명확히 서술하고 그에 대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은 인문계열 논술과 마찬가지이다.

특히 평소에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토론을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자연계 논술에 대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며, 토론 과정은 그 자체로도 사고의 폭을 넓게 하는 아주 좋은 훈련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배경지식이 서말인 학교 현장에서 논술이라는 형식으로 잘 꿰어 정리하기만 한다면 더 이상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 근처에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훈련의 시작으로, 우선 고교 1학년 과학 교과서 첫 단원 주제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해 보고 찬반 입장을 정한 뒤 600~800자의 답안을 써보자. 서로 바꿔 읽으며 의견도 나눠보자.


■ 교과서 논제 ①:과학기술의 발전은 진정 인류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찬성 입장 예시 답안

과학 기술의 업적 중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역시 유전공학을 포함한 의료 기술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의학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는 간단한 항생제만으로 구할 수 있는 목숨을 많이 잃었고, 인간의 평균 수명이 오늘날처럼 연장될 수 없었을 것이다.

현대 과학이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거나 자연 훼손 및 생태계의 주범으로 간주되면서 과학 연구 자체의 윤리 문제에 논란이 많다. 하지만 이런 과학 기술에 따른 윤리 문제는 세상 모든 일에 따르는 부작용으로 보아야 할 뿐, 과학 자체의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학의 발달로 오는 문제점을 과학자의 과실로 돌리거나 그 자체의 발전에 회의를 품어서는 안된다. 핵 문제만 해도 에너지의 이용과 질병 치료의 그 긍정적인 기능에도 불구하고 흔히 사람들은 원자탄과 히로시마의 참상과 그 재앙만을 생각하고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핵과 같은 엄청난 무기가 발명되자 오히려 그 위력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서로 감시하며 핵 사용을 견제하고 있다. 곧, 그 사용 방법이 문제일 뿐 과학 기술 자체는 계속 인류에게 공헌을 해왔으며, 또 앞으로도 계속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유전 공학의 발달로 농산물 생산 혁명이 일어나 기아가 줄어든 것, 현대인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이 과학 기술의 덕이 아닌가. 따라서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과학기술의 문제점만 생각하지 말고 과학 기술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반대 입장 예시 답안

과학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과학 기술이 가져온 물질적 풍요나 편리함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는 자원의 고갈, 지구 생태계의 파괴, 부의 편중에 따른 인간 소외 현상 등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

과학 기술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그 결과가 인류의 재앙이 예상됨에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지적 성취나 명예, 경제적 가치에 연연하기 보다는 먼저 인류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연구에 몰두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곧, 과학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과학이란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연구한 결과가 수백만의 인류의 목숨을 빼앗아갔고, 엄청난 생태계 파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어떤 것으로도 그 결과는 정당화될 수 없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거나, 연구 결과가 그렇게 쓰이게 될 줄 몰랐다는 변명으로 그런 엄청난 결과를 덮어둘 수 있는 명분은 없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살아갈 권리가 있고, 그 누구도 그 권리를 빼앗거나 위태롭게 할 권리는 없다. 덜 불편하게 사는 것이 생존의 문제보다 앞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은주/금옥여고 교사 therose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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