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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3.5kg 연탄에 ‘사랑’을 싣고

등록 2007-01-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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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가야2동, 집과 집 사이가 붙어있으며 통로 역시 두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엔 불편하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송파구 가야2동, 집과 집 사이가 붙어있으며 통로 역시 두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엔 불편하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연탄배달 현장
“할아버지, 할머니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겨울은 가난한 사람에겐 더 어려운 계절이다. 일부 사람들이 눈이 언제 올지 ‘낭만’적인 고민을 하고 있을 사이에, 가난한 사람들은 이 길고긴 겨울을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특히 그들에게 집값, 밥값 걱정에다 난방비 걱정까지 하는 겨울은 유난히 춥기만 하다.

서울 송파구 가야2동 8통은 100여 세대가 살고 있는 조그마한 동네. 가야 역에서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야 나타나는 동네로,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젊은 축에 속하는 사람들은 공사현장이나 노점을 하고 있으며, 지난 6, 70년대 용산, 마포 등지에 살다가 지역 개발에 떠밀려 이곳에 정착했다.

골목을 누비는 사람도 별로 없어 조용한 이 동네가 오랜만에 떠들썩하다. 21세기청소년 공동체 희망의 회원 20여명이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의 도움을 받아 연탄 배달에 나선 것.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회원들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갔던 지난 13일, 5가구에 모두 1000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5kg. 무거울 만도 하지만 학생들의 얼굴엔 힘들다는 표정보단 단 한 장의 연탄이라도 깨트리지 않고 전달하기 위한 긴장만이 엿보인다.

물론 연탄을 처음 만져본 친구도 있어 신기한 것은 사실. 연탄 배달을 하면서 까매진 손으로 서로의 얼굴을 만지며 장난도 치지만,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한 학생의 “조용히 하자”는 소리에 다시 진지하게 연탄을 배달한다.

연탄을 배달하는 청소년, 한장의 연탄이라도 깨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배달하고 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연탄을 배달하는 청소년, 한장의 연탄이라도 깨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배달하고 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손자, 손녀 같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게 됐다”는 안모(74) 할머니는 연탄을 배달하는 학생들을 뿌듯하게 바라본다.

거동이 다소 불편한 안 할머니는 그동안 지팡이를 짚고서, 직접 연탄가게 까지 가서 배달을 시켜야만 했다. 100장에 3만 7-8천원 했던 연탄이 부담스러워 덜 추운 날엔 하루 3장의 연탄만 땠다는 안 할머니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신다.

학생들이 배달하고 있는 곳으로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혹시나 이번 배달에서 자신들의 집도 포함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겨울이 되면 이곳저곳의 봉사단체에서 연탄을 무료로 배달한다. 모두가 어려운 가정형편이지만, 그중에도 어려운 사람을 우선으로 해서 배달하기 때문에 집마다 순서의 차이가 있다. 아직 배달되지 않은 집은 하루라도 빨리 연탄을 받고 싶은 마음에 ‘시시콜콜한 집안 사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위암 말기인 할머니와 함께사는 허모(74) 할아버지도 그중 한명이다. 1300만원짜리 지금의 전셋집에서 20여년 넘게 살아온 할아버지는 그동안 목수 일을 하셨다. 자신네 집에 배달 온 것이 아닌 것인지 확인을 하고나서도 학생들을 한참 바라보다 자리를 비운다.

무료 연탄배달이 오는 날엔 가끔 말싸움도 벌어진다. 주민들이 자기네 사정이 더 급하다고 호소하면서 생기는 일이다. 이 광경을 늘 지켜보는 8통의 한 할머니는 “사람이 나빠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땔 것이 없어서 그런다”며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주민들을 위해 학생들은 마지막 한 장이라도 정성을 다한다. 땅바닥에 얼어붙은 연탄까지 정성스럽게 배달한 조범용(고2)군은 “옛날에 판자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며 “허리가 아프긴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할아버지, 할머니를 돕는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연탄가루로 더러워진 바닥을 청소한 배정규(고1)군도 “아직 연탄 쓰는 집이 많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연탄 배달을 통해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뜻깊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배달한 연탄으로 올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된 한 할머니.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생들이 배달한 연탄으로 올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된 한 할머니.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번 학생들의 연탄배달엔 2통 통장 이금순(57)씨의 도움이 컸다. 8통 통장이 이사가는 바람에 책임지고 나서는 사람이 없자, 2통 통장인 이씨가 나서서 직접 배달할 집들을 선정했다.

이씨는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그나마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매달 10만원에서 30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는다”며 “학생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연탄을 배달하니 너무 고맙고, 여기 있는 학생들 성적이라도 올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약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된 학생들의 연탄배달은 5가구에 1000장이 다 배달되고 나서야 끝났다.

하지만 이들이 주민에게 배달한 것은 3.5kg짜리 연탄만이 아니다. 이곳의 주민들이 받은 것은 연탄과 함께 연탄 한 장이라도 깨트리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진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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