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교사의 수학과학 비타민 /
학생들이 스스로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 내신, 논술)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힘든 처지를 한탄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대학 입학을 준비할 때 수능시험만 본다면 행복한 대입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간에 경쟁해서 대학에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대입 준비는 어차피 쉽지 않은 고난의 길일 것이다. 이처럼 대입 준비가 본인에게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이러한 준비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나가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삶을 더욱 가치있고 알차게 만들어줄 것 같다. “수능과 내신을 준비하기에도 바쁜데 논술은 어떻게 준비하라는 거야?”라고 분한 마음을 갖기보다 논술 준비가 수능과 내신으로는 얻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능력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어보면 어떨까.
대학은 수능과 내신으로 얻을 수 없는 학생에 대한 정보를 논술 고사를 통해 얻고자 한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정보가 바로 창의성이다. 남들과 같게 틀에 박힌 답을 쓰는 것은 인문계 논술이나 자연계 논술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몇 년 전에 한 대학에서 논술 모의고사를 보고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은 학생의 답안을 공개했는데, 그 답안은 적절하고 재미있는 우화로 논지를 풀어냈다. 당시 모든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인 서론-본론-결론으로 이어지는 답안을 쓸 때, 그 학생의 답안은 상당히 신선했고,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은 답안으로 채택됐다. 재미있는 것은 그 해 겨울 많은 학생들이 우화로 자신의 글을 시작했으며, 결국 그러한 전개는 전혀 독창적이지 못한 글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이러한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을까? 창의력을 개발하기 위한 첫 단계는 교과서의 주관식 문제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교과서는 가장 좋은 교재다. 주관식 문제들은 심화응용 문제가 많아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데 유용하다. 두 번째 단계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지적 수준에 맞는 독서를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친구들과 더불어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다. 특히 주제를 설정하거나 독서 목록을 정하는데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면 논술을 준비하는데 바른 길을 잡아갈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논술 고사에서 창의적 답안을 쓰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 하나가 교과 사이의 연계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먼저 다음과 같은 제시문과 논제가 주어졌다고 가정하자.
■ 논제 : 놀이기구를 탈 떄 스릴이 느껴지는 이유를 주어진 제시문을 활용해 설명하여라.
제시문1 - 인간의 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되는데, 내이 안에 위치해 있는 3개의 반고리관(반규관)은 서로 수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반고리관 안에는 림프액이라는 액체가 가득 차 있어서 몸의 회전 방향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달패이관과 반고리관 사이에는 전정기관이 위치해 있는데, 이 전정기관은 몸의 운동감각이나 신체의 균형을 감지하기 때문에 평형기관이라고도 한다. 제시문2 - “무섭고 짜릿해요. 한여름 무더위를 말끔히 씻는 데는 놀이기구가 최고죠!”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자이로 드롭 등을 타 보면 비행기보다 훨씬 느린데도 비행기를 탈 때보다 더 큰 스릴을 느낄 수 있다. ■ 예시 답안 반고리관은 내부에 림프액에 들어있어서 우리 몸이 가속도 운동을 하면 반고리관 안에 들어있는 림프액은 관성에 의해 반대편으로 쏠리게 되고, 이 림프액의 쏠림을 신경이 감지해 회전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우리가 매우 빠른 비행기나 고속열차를 탄다 하더라도, 속도가 일정하면 림프액은 쏠리지 않게 되므로 아무런 자극도 받지 않지만, 더 느린 놀이기구를 탈 때 시간에 따른 속도의 변화율인 가속도가 크기 때문에 림프액이 많이 쏠리게 되고, 이것이 평상시와 다른 느낌을 가지기 때문에 스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정기관 내에 있는 이석도 우리 몸이 가속도 운동을 할 때, 관성에 의해 한쪽으로 쏠리게 돼 감각모가 이 변화를 감지하게 되어, 우리는 스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록 비행기보다 놀이기구가 훨씬 느리다 하더라도, 빠르기나 방향이 급격히 변할 때에는 가속도가 크게 돼 우리 몸은 스릴을 느끼게 된다. ■ 도움말 주어진 제시문은 고등학교 2학년 <생물1> 교과서와 <물리1> 교과서에 실린 지문을 활용한 것이다. 물리에서의 운동 법칙이 우리 몸 각 기관의 작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물어보는 문항이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논제를 통해 학생이 서로 다른 교과간의 지식을 얼마나 잘 연계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실제로 한 대학의 논술 예시 문항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생물 교과와 물리 교과를 연계한 문항이 나와있다(서울대학교 2008학년도 자연계열 논술고사 2차 예시문항 5번). 이렇게 서로 다른 교과에서 배운 개념을 서로 연계하며 학습하는 것은 창의성을 개발하는 좋은 방법이다. 학생들은 생물 수업 시간에 ‘달팽이관은 회전을 인식하고, 전정기관은 기울어짐을 인식한다’라고 단순히 암기하기 보다는 어떠한 원리로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자신들의 역할을 하는지 고민하고 깊게 생각해 보는 학습 태도를 가져야 한다. 숭실고 물리 교사
정형식 교사의 수학 과학 비타민
제시문1 - 인간의 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되는데, 내이 안에 위치해 있는 3개의 반고리관(반규관)은 서로 수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반고리관 안에는 림프액이라는 액체가 가득 차 있어서 몸의 회전 방향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달패이관과 반고리관 사이에는 전정기관이 위치해 있는데, 이 전정기관은 몸의 운동감각이나 신체의 균형을 감지하기 때문에 평형기관이라고도 한다. 제시문2 - “무섭고 짜릿해요. 한여름 무더위를 말끔히 씻는 데는 놀이기구가 최고죠!”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자이로 드롭 등을 타 보면 비행기보다 훨씬 느린데도 비행기를 탈 때보다 더 큰 스릴을 느낄 수 있다. ■ 예시 답안 반고리관은 내부에 림프액에 들어있어서 우리 몸이 가속도 운동을 하면 반고리관 안에 들어있는 림프액은 관성에 의해 반대편으로 쏠리게 되고, 이 림프액의 쏠림을 신경이 감지해 회전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우리가 매우 빠른 비행기나 고속열차를 탄다 하더라도, 속도가 일정하면 림프액은 쏠리지 않게 되므로 아무런 자극도 받지 않지만, 더 느린 놀이기구를 탈 때 시간에 따른 속도의 변화율인 가속도가 크기 때문에 림프액이 많이 쏠리게 되고, 이것이 평상시와 다른 느낌을 가지기 때문에 스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정기관 내에 있는 이석도 우리 몸이 가속도 운동을 할 때, 관성에 의해 한쪽으로 쏠리게 돼 감각모가 이 변화를 감지하게 되어, 우리는 스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록 비행기보다 놀이기구가 훨씬 느리다 하더라도, 빠르기나 방향이 급격히 변할 때에는 가속도가 크게 돼 우리 몸은 스릴을 느끼게 된다. ■ 도움말 주어진 제시문은 고등학교 2학년 <생물1> 교과서와 <물리1> 교과서에 실린 지문을 활용한 것이다. 물리에서의 운동 법칙이 우리 몸 각 기관의 작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물어보는 문항이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논제를 통해 학생이 서로 다른 교과간의 지식을 얼마나 잘 연계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실제로 한 대학의 논술 예시 문항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생물 교과와 물리 교과를 연계한 문항이 나와있다(서울대학교 2008학년도 자연계열 논술고사 2차 예시문항 5번). 이렇게 서로 다른 교과에서 배운 개념을 서로 연계하며 학습하는 것은 창의성을 개발하는 좋은 방법이다. 학생들은 생물 수업 시간에 ‘달팽이관은 회전을 인식하고, 전정기관은 기울어짐을 인식한다’라고 단순히 암기하기 보다는 어떠한 원리로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자신들의 역할을 하는지 고민하고 깊게 생각해 보는 학습 태도를 가져야 한다. 숭실고 물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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