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엽 전집 신동엽 창비
민족 공동체 깨우다
“신동엽의 시엔 우리가 오늘날 참여시에서 바라는 최소한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강인한 참여 의식이 깔려 있고, 시적 경제를 할 줄 아는 기술이 숨어 있고, 세계적 발언을 할 줄 아는 지성이 숨쉬고 있고, 죽음의 음악이 울리고 있다.”(시인 김수영)
시인이 극찬하는 시인. 단호하게 외세를 배격하고 봉건을 멀리한 시인. 치열한 역사 의식을 민요 율격에 담아 소박하고 아름답게 노래한 시인. 신동엽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4·19 혁명의 기쁨과 좌절을 맛보며 1970~80년대 민족 문학과 민중 문학을 이어 주었다. 김수영과 함께 60년대를 대표하는 거대한 두 기둥의 하나가 바로 신동엽이다.
신동엽 시인은 민족 분단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노래한다.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그리하여 다시/껍데기는 가라…’ 겨우 열 일곱 줄에 자연스러운 일상어를 주술처럼 반복하며, 껍데기와 알맹이라는 단순한 이미지로 평화의 공동체를 강력하게 소망한다.
고구려의 웅혼한 기백과 백제의 못다 이룬 한(恨). 민족의 아득한 역사는 신동엽의 시를 단순한 자기 고백의 서정시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백제 석공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는 <진달래 산천>, <아사녀>, <아사녀의 울리는 축고> 등의 시를 통과하며 마침내 동학농민전쟁을 그려낸 장편 서사시 <금강>에서 민족과 민중의 모습으로 풍요롭게 드러난다.
“우리들에게도/생활의 시대는 있었다//백제의 달밤이 지나갔다/고구려의 치맛자락이 지나갔다//왕은/백성들의 가슴에 단/꽃//군대는/백성의 고용한/문지기//앞마을 뒷마을은/한 식구//두레로 노동을 교환하고/쌀과 떡, 무명과 꽃밭/아침 저녁 나누었다…”(<금강> 6장에서)
그는 한반도를 뒤덮은 무기들과 외세를 격렬하게 거부한다. 순결한 고향의 대지에 흐르는 민족의 아득한 숨결을 노래하며 평등과 평화의 이상 세계를 창조해낸다. 그에게 금강은 동학을 주도한 농민들의 함성이 끊임없이 끝없이 흐르는 역사의 현장이며, 자신의 시 <금강>은 단 석 줄의 시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바친 언어의 제단이었다.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왜곡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분노하게 되는 요즘, 신동엽의 시는 평화와 사랑의 공동체를 소망한 민족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시로서 굵직하게 다가온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왜곡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분노하게 되는 요즘, 신동엽의 시는 평화와 사랑의 공동체를 소망한 민족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시로서 굵직하게 다가온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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