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시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초등학생들.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게임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까지 급속도로 확산됐다. 어떤 게임의 경우 전국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의 60% 이상이 회원이라고 한다. 온라인게임의 가장 큰 폐해는 중독성이다.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청소년이 스스로 게임 시간을 절제하기 어려워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게임 업체에서는 나름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특정 서버에서 게임 시간을 제한하거나, ‘피로도’를 도입해서 오랫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하면 경험치 비율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접속이 되면서 가격은 싼 ‘틴요금제’를 시행하기도 한다. 태국에서는 최근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중독이 심각해지자 온라인게임 ‘셧다운(Shut Down)제’라는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밤 10시가 넘으면 모든 온라인게임 화면에 경고문이 뜨면서 성인 인증을 받지 않은 계정의 접속이 차단되는 것이다. 다만 부모와 함께하는 경우에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밤 10시 이후에 청소년의 피시방 출입을 제한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역부족인 듯하다. 우리의 온라인게임 문화가 심하게 일그러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게임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경제 논리가 청소년 보호라는 사회적 양심에 우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청소년 생활환경 포럼에서 ‘청소년 수면권 확보’를 주제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청소년 4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온라인게임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중독을 막고 부모가 자녀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한 실정인데도 변변한 대안이 없다. 나날이 거대해지는 온라인게임 산업에 청소년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려면,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한다. 태국과 같은 강제적 방식이 무리한 현실이라면 업계의 자율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으로 큰 돈을 모은 대표 업체가 이 문제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준 적이 없어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안이 있을까? 게임 접속 시간을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제한하면서, 이를 학부모와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화해야 한다. 또한 이런 제도를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공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부모가 동의한 경우라면 명확한 절차를 거쳐 더 오랜 시간 게임을 하도록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 업계가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게임은 언제나 불온한 매체로 규정되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중독될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 데도 아이가 따돌림을 당할까 봐 온라인게임을 허락해 주는 부모의 심정을 이해한다면, 온라인게임 시간조차 선택할 수 없는 우리의 상황은 차라리 한편의 희극이라 할 수 있다. 옥성일/서울 용산고 교사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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