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체육대학 선배들의 신입생들 ‘폭압적 길들이기’ 기사가 나간 9일에도,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보란듯 치러지던 체대생들의 ‘얼차려 신고식’ 현장이 잡혔다.
이 학교 체육학과 60여 신입생들은 이날 낮 1시30분께부터 3시까지 네다섯 조로 나뉘어 △쪼그려뛰기 △10m 가량 기어가기 △구르기 △팔벌려뛰기 등 군대 유격훈련에 버금가는 얼차려를 군말 없이 되풀이해야 했다. 특히 여학생 10여명은 금세라도 쓰러질 듯했다. 십수명 의 선배들이 일사불란하게 얼차려를 지시했고, 한 학생은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하기도 했다.
3시께 신입생들이 거꾸로 선배들을 진흙탕에 던지는 ‘화해’가 잠시 연출되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이들이 쉴새없이 부르짖어야 했던 ‘단결’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후 학생들은 진흙 범벅이 된 채 또다시 노래를 부르며 학교를 구보했다. 그 시각 교정 한쪽은 봄볕을 받으며 동아리 모집 공연을 펼치는 또래 학생들로 들썩이고 있었다.
건국대 신입생들이 건대 대운동장에서 체육학과 선배들의 지시로 진흙탕 속에서 이른바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기합을 받고 있다. <한겨레> 특별취재반
전북대학교(총장 서거석)는 <한겨레>의 9일치 보도(스포츠과학과의 새내기 대면식)와 관련해 이날 오후 학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를 ‘사죄’한 뒤, 관련 학과장 보직 사퇴, 가해 학생 문책,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발표했다. 임기영 자연대학장, 이상종 스포츠과학과 학과장, 학생들은 “스포츠과학과 선후배 대면식에서 발생한 ‘후배 길들이기’와 관련해 대학은 해당 학생과 학부모·전북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드린다”며 “구태의연하게 이루어져 왔던 관행들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전북대는 즉각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로 했으며, 가정 방문과 전화·통지문을 통해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할 방침이다. 스포츠과학과 교수들은 이날 ‘사죄문’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내에 잔재한 반지성적 문화를 뿌리뽑겠다”며 △교수 공동의 진심어린 사과문 발표 △가해 학생 징계 △학생들의 행사에 반드시 교수 참석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또 “사태수습 후 학과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합을 받은 신입생들은 여학생 10여명을 포함해 60여 명으로, 몇 개의 조를 지어 쪼그려뛰기·팔굽혀펴기 등을 1시간30분 가량 계속했다. <한겨레> 특별취재반
이 학과 학생회도 ‘공개 사죄문’을 발표하고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에게 물리·정신적 충격을 가해 학생과 학부모·대학 구성원들에게 심려를 끼쳐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은 요청한 이 학교 한 교수도 “한겨레 보도에 적극적으로 찬동한다”며 “이번 보도를 계기로 체육대학 및 체육계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1. 진흙 범벅이 된 수십명의 학생들이 선배의 지시에 따라 스크럼을 짠 채 구호를 외치며 운동장을 뛰고 있다. 운동장 상부에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5명의 여학생들과 한복판에서 이를 녹화하는 학생도 눈에 띈다.
▲
2. 여학생들이 계속해서 ‘엎드렸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동안, 수십명씩 대오를 이룬 남학생들이 스크럼을 짠 채 운동장을 뛰고 있다. 그러다 등장한 한 선배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취침, 뒤로 치침’ 얼차려를 한다. 선배는 이들이 열중쉬어한 채 앞으로 눕게끔 하고 있다.
▲
3. 선배들에 의한 얼차려 신고식이 한차례 끝난 3시께 거꾸로 후배들이 선배들을 낚아 진흙탕물을 묻히고 있다. 촬영이 이뤄진 새천년관에서 수업을 받고 나온던 학생들이 장면을 보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 ‘대학교 폭력’ 피해학생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2006년 3월에도 ‘[기획연재] 폭력에 길들여진 대학사회 이대로 좋은가’ 기사를 실어 대학교 신입생 폭력을 고발했지만, 1년이 지난 2007년에도 대학내 가혹행위가 여전함을 보도하게 되었습니다. <한겨레>는 이에 피해자와 목격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대학생활중 조직적인 가혹행위를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래 이메일로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철저한 제보자의 안전보장과 충실한 취재를 약속드리며 지성사회의 폭력 근절에 함께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보할 곳 : <한겨레>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
|
|
|
전북대 스포츠학과 교수 사 죄 문
저희 스포츠과학과에서 과학생회 주관으로 진행되었던 2007년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있어서는 안될 반지성적 사건(2007년 3월 9일자 한겨레신문)으로 인해 학교 명예의 실추는 물론, 학생 및 학부모, 교직원 그리고 도민들과 전북대학교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학생지도를 책임지고 있는 저희 스포츠과학과 교수들은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특히,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구성원 모두가 팔을 걷어 부치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학과 학생들이 있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대학 구성원 및 도민 여러분과 전북대학교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우리 학과 교수일동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내에 잔재한 반지성적 문화를 뿌리 뽑고, 구태의연한 관행들을 과감히 제거하여, 우리 대학이 지향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음으로써, 우리 대학이 세계적 선진대학으로 거듭나는 데, 초석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저희 교수 일동은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사후 조치와 재발방지책을 조속히 시행하겠습니다.
첫째, 교수 공동의 진심어린 사과문 발표 둘째, 학생들의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사과문과 대자보 발표 셋째, 피해학생 및 학부모에게 진솔한 사과 (가정방문, 전화, 통지문 등) 넷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철저한 진상조사 실시 다섯째,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 여섯째, 학생들이 참석하는 모든 행사는 반드시 교수가 참석하여, 개최하고 교수 참석 없는 학생 자체 행사는 절대 불허할 예정입니다. 일곱 째, 건전한 학생 학술 및 문화활동을 개발/후원하여 21세기형 새로운 캠퍼스 문화를 창조할 예정입니다. 여덟째, 사태 수습후 학과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보직을 사퇴하겠습니다.
우리 스포츠학과 교수 일동은 다시는 구태의연한 반지성적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대학의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 거듭날 것을 약속 드리면서, 다시 한번 이번 사태에 대하여 학생, 학부모, 교직원 및 도민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스포츠과학과 학생들 공개 사죄문
저희 스포츠과학과 학생회 주관으로 이루어진 신입생 대면식 행사에서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에게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물리적·정신적 충격을 가해 피해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대학 구성원들과 도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특히 구태의연하게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행사과정에서 저희들의 지각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신입생과 해당 학부모님들께 정신적인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저희 스포츠과학과 학생 일동은 학부모님들께 무릎꿇어 사죄드립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으며 심기일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선후배간에 사랑과 존경이 넘쳐흐르는 새로운 학과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악습을 과감히 제거하고, 서로 열심히 공부하며 사랑과 존경이 넘치는 선진화된 새로운 선후배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1세기의 세계화에 걸맞는 대학선후배 문화 및 학과 문화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서하며, 학교 당국의 어떠한 징계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저희 스포츠과학과 학생 일동은 새로운 21세기형 학과 선후배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하면서, 다시 한번, 피해 학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대학구성원, 도민여러분 및 전북대학교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