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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눈오는날

등록 2005-03-20 18:14수정 2005-03-20 18:14

눈 오는 날

김동환/군인

눈물이 손끝에 맺혀 있다.

이제 곧 3월이란다.

꽃피는 봄이 오고

꽃 같은 신입생도 오는


춘삼월이라는데,

마른 가지에는 얼음꽃만 한창이다.

흐드러지게 내리는 눈

어머니의 목소리는 잠겨 있다.

감기 조심하라고

고참 말 잘 들으라고

떨어지는 동전에

수화기는 무거워진다.

겨울은 아직 북풍을 부른다.

아슬하게 흔들리는 군번줄

눈물이 스며든 손끝이 시리다.

<평>

어느덧 군인이 된 제자
아릿한 통화내용 들릴듯

고교 시절 맺은 인연, 이제는 군인이 되어 띄운 한 편의 시가 전해 준 감동을 나눕니다. 모처럼 만난 군인 아저씨의 시여서 더욱 더 반가웠지요. 더군다나 밤새 눈이 온 줄 몰랐던 저는 아침 무심코 창밖을 보다가, 눈이 산에도 들에도 오신 것을 알았답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이고도 모자라, 하루 종일 눈이 내리고 있는 날, 얼음꽃 눈꽃만 한창인, 매서운 바람만 몰아치는 오늘. 창가를 두드린 꽃 한 송이가 참 맑고 투명해서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향기를 시로 전해 주던 고3 학생에서 대학생으로, 그리고 어느덧 군인 아저씨가 되었군요. 시간의 숲, 인생의 숲속에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살고 있습니다. 봄은 멀고 얼음꽃만 무성한 부대 한 켠에서, 떨어지는 동전에 가슴 조이며 나누고 있는 어머니와의 짧은 통화,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님의 가슴에 봄바람처럼 스며들었을 테지요. ‘거리’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다른 향기로 품을 수 있는 여백을 주지요. 사랑했던 사람들, 함께했던 사람들….

그러나 모두와 함께 하지 못하는 지금, 그곳에서 님은 그 사람들 하나하나를 아름다운 꽃송이처럼 품고 있겠지요. 눈 오는날! 먼 곳에서 날아온 시 한편.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고맙고 따뜻해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낭희/일산 백신고 교사, 청소년 문학 사이트(nanghee.com)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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