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자치회의' 들여다보니
대부분의 대안초등학교에는 고양자유학교의 ‘식구총회’와 같은 어린이 자치회의가 있다. 아이들이 들러리가 아닌 명실상부한 학교의 주인으로서 참여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일반 학교의 회의들과는 많이 다르다.
광명 볍씨학교는 매주 화요일에 ‘난장회의’를 연다. 난장회의에서는 학교 설명회와 입학식, ‘마침 보람’(종업식), 봄·가을 들살림(캠프), 절기 행사 등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정하고 서로 할 일도 나눈다. 난장회의의 결정은 아이들의 학교 밖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볼 것인지 말 것인지, 컴퓨터 사용을 금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와 같은 문제들도 안건으로 올려지기 때문이다. 난장회의의 특징은 표결을 하지 않고, 구성원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 때까지 안건을 이월시켜 가며 토론을 한다는 점이다. 컴퓨터 사용 금지와 같은 민감한 안건은 두세 달씩 토론이 이어지기도 한다.
다른 경기도의 대안초등학교들도 비슷하다. 파주 자자학교는 매주 월요일에 어린이 자치회의를 연다. 회의는 한 주의 학교 일정과 교사의 일정 등에 대한 교사회의 보고로 시작된다. 주말 보낸 얘기, 경험과 지혜 나누기, 건의사항 등이 이어진다. 안건을 다룰 때 거수로 결정할지, 만장일치로 할지, 교사에게 투표권을 줄지 여부도 아이들이 결정한다.
과천 무지개학교에서도 매주 월요일에 무지개회의가 열리는데, 한 달에 한 번은 전체가 모이고, 나머지는 반별로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에서는 학교의 올해 교육목표를 위한 세부 실천사항을 선정하기도 하고, 이번주 주제 학습의 구체적인 내용과 나들이 장소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무지개회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을 경우, 누구든지 종을 치면 곧바로 모두가 모여 회의를 하기도 한다.
의정부 꿈틀학교는 매주 금요일에 어린이 자치회의인 꿈틀회의를 열고,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모두 모여 일정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교육난장을 연다. 시흥 산어린이학교는 한 달에 한 번씩 산어린이회의를 열어 지난 한 달의 생활을 평가한다. 매주 금요일에 실시되는 ‘학교 밖 활동’ 중 한 가지는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한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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