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급별 비율
2008학년도 대입 수능 어떻게 달라지나
점수가 사라지고 등급만 평가하는 2008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오는 11월15일 치러진다. 수능 출제·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6일 올해 수능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하고, “난이도 등은 지난해, 또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수능은 표준점수, 백분위, 원점수가 아니라, 영역·과목별로 1~9등급으로만 성적을 매긴다. 1교시 언어 영역의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이 줄어든다. 또 ‘영역들을 조합했을 때의 등급 분포표’를 고교에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난이도는 예년대로”=수능이 1994학년도에 처음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점수가 아닌 등급만 평가한다.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상위 5~11% 등에 해당한다. 영역·과목별 등급만 표기될 뿐, 전체 등급은 없다. 때문에 1~2점 차이가 아니라, 등급 차이가 중요해졌다. 주요 대학들이 정시에선 ‘우선선발 전형요소’로, 수시에선 최저학력 기준과 우선선발 기준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혀, 영향력이 다시 커졌다.
대부분 중상위권 대학들이 ‘3+1’, 곧 언어·수리·외국어와 탐구(사회 또는 과학) 영역의 등급을 점수로 변환해 반영한다. 이는 여러 영역에서 고루 높은 등급을 받는 학생이 한두 영역·과목 만점자보다 유리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수능 등급 경쟁이 격심해질 전망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은 난이도가 예년과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거듭 확언했다. 문제는 탐구영역 선택과목들(사회 11개, 과학 8개) 사이의 난이도 조정이다. 2005·2006학년도엔 2등급자가 없던 탐구영역 과목들이 있었다. 평가원은 20문항으로 9등급을 나누기가 쉽지 않지만, 해당 등급자가 없는 과목이 없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탐구 과목들에서 한두 문항은 고난도로 나올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상위권 대학 ‘3+1 영역 등급’ 점수로 환산해 반영
1교시 언어 50문항·80분으로 줄어…시간 안배 중요
여러 영역 조합 ‘등급분포’ 제공 검토…11월 15일 시험 언어 문항 줄어=첫 교시 언어 영역의 시험 부담이 다소 완화된다. 종전 60문항 90분에서 50문항 80분으로 축소된다. 고3 학생들은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학력평가에서 이를 체험했다. 듣기 5문항, 쓰기 7문항, 문학 17문항, 비문학 21문항으로 각 내용 영역에서 고루 문항이 줄었다. 하지만 1점 문항은 줄되 2~3점 문항이 늘어났고 지문 수는 종전대로여서, 시간 안배가 중요하게 됐다.
영역 조합한 등급 분포표 제공?=평가원은 수능 여러 영역을 조합한 경우의 등급 분포 자료를 고교들에 진학지도용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명준 평가원 수능연구관리처장은 “지난해까진 표준점수별 도수(학생 수)분포표 등 상세한 자료를 줬는데, 등급제로 바뀌어 해당 영역 등급별 분포표만으론 진학 지도가 힘들다는 교사들의 지적이 많다”며 “서너 영역을 조합한 경우의 등급분포표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언어 1등급, 수리 3등급, 외국어 2등급을 맞은 학생이 대략 상위 몇 %에 드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이 오는 6월7일 6월 모의평가에서 일부 영역·과목에 시범 도입된다. 3년 동안 축적된 문항들 가운데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난이도나 내용영역 등을 안배해 문제를 추출해내는 것이다. 평가원은 출제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2010학년도부터 수능에 문제은행식 출제를 도입할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310명 남짓인 출제위원 가운데 현직 고교 교사 비율이 50%로 늘어난다. 지난해엔 43%였다. 수능 출제와 고교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검토위원은 아랍어 등을 빼곤 대부분 고교 교사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대학별 전형 고려 난이도 조정할 생각없다”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특정 등급 없는 현상 없도록
수험생에겐 달라진 게 없어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정강정 원장(사진)은 26일, 2008학년도 대입에서 대학들이 수능 반영 비중을 확대한 것과 관련해 “(이를) 수능 난이도 조정에 고려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들이 수능 비중을 늘려, 난이도에 관심 높은데?
=많은 대학들의 요구를 다 반영할 수는 없다. 대학 전형요소를 (수능 난이도를 조정하는 데) 전혀 고려할 생각이 없다. 대학이 다양하게 활용하면 된다.
-수능 성적을 등급만 매기므로 2등급이 없을 수 있는데, 난이도를 조정하나?
=난이도는 예년, 전년도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주지 않기 때문에, 특정 등급자가 없는 상황이 염려되는 게 사실이다. 특히 탐구영역은 20문항으로 9등급을 나눠야 해, 쉽지 않다. 다만, 3년 동안 선택형 수능을 출제·분석해 노하우가 쌓였다. 그런 일이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실제 특정 등급이 없는 현상이 있었는데?
=2005학년도에 3개 과목, 2006학년도에 1개 과목에서 2등급이 없었다. 2007학년도 땐 다행히 없었다. 출제 인력 풀을 많이 보강했다. 4360명쯤 된다. 우수 교사를 확보하고, 평가원에도 전문가들을 많이 확보했다. 그러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등급만 제공되므로 자연계열에서 수리 가형보다 나형을 택하는 수험생이 많아질 수 있는데?
=수험생이 선택하는 것이지, 어떻게 조절할 사안이 아니다. 자연계열에서 수리 가형을 지정하는 대학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등급만 준다 해도, 대학이 수리 가형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수험생 처지에선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수능 올인’ 아서라!
주요 대학 비중 확대로 ‘막판 뒤집기’ 유혹 커져 학생들 “내신·논술 포기할까”
상위권 반수생·특목고 등 몰려
경쟁률 한층 치열해질 듯 “예상과 달리 수능만 보는 대학이 줄줄이 나오던데요, 차라리 자신 없는 내신은 포기하고 수능에 ‘올인’하는 게 나을까요?” 한 고3 학생이 수능 전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정시에서 모집 인원의 30~50%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내신과 논술은 포기하고 수능에 집중하겠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물론 수능이 여전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수능만 잘 보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단 한 차례의 시험으로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가장 쉽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얘기다. 우선, 바뀌는 입시제도에 대한 부담 탓에 지난해 하향 지원한 상위권 학생들이 ‘수능 100% 전형’을 노리고 대거 반수생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내신이 불리한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비평준화지역 명문고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도 이 전형을 겨냥해 수능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원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대표강사는 “심리적으로 가장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전형이라는 느낌도 수능 전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며 “이로 인해 목표 등급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상황이어서, 수능 100% 전형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함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능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모든 영역을 골고루 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등급제에서는 상위 3.99%와 4.01%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고려대를 예로 들면, 언어영역에서 3.99%로 1등급을 받으면 200점, 4.01%로 2등급을 받으면 196점으로 환산돼 등급 점수 차이가 4점이나 난다. 수리 ‘가’형은 8점, ‘나’형은 6점으로 차이가 더 크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수능의 원점수 1~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는데 이 등급을 점수로 환산하면 그 차이가 지원 대학을 바꿔야 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모든 영역과 과목에서 골고루 등급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1교시 언어 50문항·80분으로 줄어…시간 안배 중요
여러 영역 조합 ‘등급분포’ 제공 검토…11월 15일 시험 언어 문항 줄어=첫 교시 언어 영역의 시험 부담이 다소 완화된다. 종전 60문항 90분에서 50문항 80분으로 축소된다. 고3 학생들은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학력평가에서 이를 체험했다. 듣기 5문항, 쓰기 7문항, 문학 17문항, 비문학 21문항으로 각 내용 영역에서 고루 문항이 줄었다. 하지만 1점 문항은 줄되 2~3점 문항이 늘어났고 지문 수는 종전대로여서, 시간 안배가 중요하게 됐다.
2008학년도 수능 일정
“대학별 전형 고려 난이도 조정할 생각없다”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특정 등급 없는 현상 없도록
수험생에겐 달라진 게 없어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 올인’ 아서라!
주요 대학 비중 확대로 ‘막판 뒤집기’ 유혹 커져 학생들 “내신·논술 포기할까”
상위권 반수생·특목고 등 몰려
경쟁률 한층 치열해질 듯 “예상과 달리 수능만 보는 대학이 줄줄이 나오던데요, 차라리 자신 없는 내신은 포기하고 수능에 ‘올인’하는 게 나을까요?” 한 고3 학생이 수능 전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정시에서 모집 인원의 30~50%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내신과 논술은 포기하고 수능에 집중하겠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물론 수능이 여전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수능만 잘 보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단 한 차례의 시험으로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가장 쉽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얘기다. 우선, 바뀌는 입시제도에 대한 부담 탓에 지난해 하향 지원한 상위권 학생들이 ‘수능 100% 전형’을 노리고 대거 반수생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내신이 불리한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비평준화지역 명문고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도 이 전형을 겨냥해 수능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원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대표강사는 “심리적으로 가장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전형이라는 느낌도 수능 전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며 “이로 인해 목표 등급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상황이어서, 수능 100% 전형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함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능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모든 영역을 골고루 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등급제에서는 상위 3.99%와 4.01%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고려대를 예로 들면, 언어영역에서 3.99%로 1등급을 받으면 200점, 4.01%로 2등급을 받으면 196점으로 환산돼 등급 점수 차이가 4점이나 난다. 수리 ‘가’형은 8점, ‘나’형은 6점으로 차이가 더 크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수능의 원점수 1~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는데 이 등급을 점수로 환산하면 그 차이가 지원 대학을 바꿔야 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모든 영역과 과목에서 골고루 등급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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