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순영/삼척 진주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웃을 일도 많고 화 낼 일도 많다. 때론 화를 낸 뒤 돌아서 후회할 때도 있지만, ‘어떻게 얘들이 그럴 수 있어’하면서 두고두고 화를 곱씹을 때도 있다. 우리 반 누군가가 분명히 저지른 일인데 모두들 저는 아니라는 듯 시치미를 딱 잡아 뗄 때, 뭘 좀 하라고 했을 때 “왜 하필 우리가 해요?”라며 불만스런 눈길로 바라볼 때, 왜 그랬는지 물어보면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쟤도 그랬는데요”라며 동무를 같이 걸고 들 때, 정말 밉다.
한편 이런 갈등을 시원스레 한 방에 해결해 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이거 누가 그랬어?” 아무도 나서지 않는 침묵의 한 가운데 “에이 그냥 내가 치우지 뭐”하고 몸을 일으키는 아이, “너희가 이것 좀 해라”했을 때 “선생님, 그거 제가 할게요”라며 누구에게 그 일을 뺏기기라도 할 것처럼 얼른 나서는 아이, 이런 아이들 앞에서는 교사의 자리에서 다그치려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이렇게 나를 일깨워 준 일이 오늘도 있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했다. 한 아이가 학교에서 지내는 일을 자세히 썼다.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서서 말없이 하는, 요즘 보기 드문 아이인데 이런 글이었다.
‘밥을 먹을 때에도 즐겁다. 맛있는 반찬이 많이 나온다. 다른 애들은 음식을 버릴지라도 나는 절대 버릴 수 없다. 그건 나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점심 때 내가 식판에 있는 음식을 남기는 걸 보고 “선생님도 음식 남기시네요”라고 짧게 한마디 하던 아이였다. 중간에 이런 글도 내 마음을 붙잡았다.
‘친구들이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그림이 좋아 단지 열심히 한 거 밖에 없으니깐. 그리고 사람들에겐 각자 잘 하는 게 하나씩 있기 때문이다.’
청소할 때 무릎 꿇고 책상 사이사이에 낀 먼지를 쓸어 내고, 아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나 흘린 음식 지꺼기도 치우는 그 행동을 보고, 아이들 앞에서 칭찬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칭찬도 이 아이 앞에선 민망한 일이 돼 버렸다. ‘선생님은 내가 쓰레기를 잘 줍는다고 생각하고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신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그렇게 생각은 안 한다. 나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지구가 이렇게 아픈 것도 우리들 때문이다. 그런 일은 우리가 직접 버리지 않았어도 직접 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는 짧게 쓴 일기에 이런 걸 써 놓았다. ‘나는 <바람이 불 때에>라는 책을 읽었다. 주인공은 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셨다. 이들은 2차 대전 때에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또 전쟁이 시작되었다. 빅뱅 이론, 핵폭탄을 떨어뜨린 것이다. 그들은 또 살아남았다. 이 책은 슬픈 이야기였다. 이 책은 먼저 어른들이 봤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전쟁은 어른들이 했으니깐.’ 어른인 나를, 선생인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런 지혜롭고 영민한 아이들과 같이 지내려면, ‘배움의 도’를 잃지 않고 가르침의 ‘겸허함’을 늘 마음 한 편에 담아둬야 한다. 주순영/삼척 정라초등학교 교사 wnejejr@hanmail.net
청소할 때 무릎 꿇고 책상 사이사이에 낀 먼지를 쓸어 내고, 아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나 흘린 음식 지꺼기도 치우는 그 행동을 보고, 아이들 앞에서 칭찬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칭찬도 이 아이 앞에선 민망한 일이 돼 버렸다. ‘선생님은 내가 쓰레기를 잘 줍는다고 생각하고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신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그렇게 생각은 안 한다. 나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지구가 이렇게 아픈 것도 우리들 때문이다. 그런 일은 우리가 직접 버리지 않았어도 직접 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는 짧게 쓴 일기에 이런 걸 써 놓았다. ‘나는 <바람이 불 때에>라는 책을 읽었다. 주인공은 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셨다. 이들은 2차 대전 때에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또 전쟁이 시작되었다. 빅뱅 이론, 핵폭탄을 떨어뜨린 것이다. 그들은 또 살아남았다. 이 책은 슬픈 이야기였다. 이 책은 먼저 어른들이 봤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전쟁은 어른들이 했으니깐.’ 어른인 나를, 선생인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런 지혜롭고 영민한 아이들과 같이 지내려면, ‘배움의 도’를 잃지 않고 가르침의 ‘겸허함’을 늘 마음 한 편에 담아둬야 한다. 주순영/삼척 정라초등학교 교사 wnejej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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