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서울대 입시안 뜯어보니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은 특수목적고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뽑으려 머리를 싸맨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특기자 전형 비율을 크게 늘린 점이나, 수능에서 수리영역 가중치를 지나치게 크게 한 점, 내신 실질 반영 비율이 극히 미미한 점 등이 그것들이다.
특목고생에 유리한 요소 그득=특기자 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929명(29.4%)에 이른다. 지난해와 견줘 246명이 늘었다. 특히 인문계는 113명에서 215명으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자연계는 재수생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인문계도 역사·철학 부문인 ‘인문Ⅱ’를 새로 뽑기로 했다. 1단계 전형에서 서류평가만 100% 반영해 3배수 이내를 뽑은 뒤, 2단계에서 서류평가와 면접·구술, 논술, 인성검사 등을 통해 최종 선발한다. 서울대는 지원 수준으로 △제2외국어·한문 우수자 △각종 올림피아드 입상자 △봉사·사회활동 우수자 △수학 또는 과학 평균 석차등급이 2등급 이내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일반 고교에 다니면서 이런 특기자 전형을 준비하기는 매우 힘들다. 결국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이 크게 유리한 전형인 셈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2007학년도에도 특기자 전형의 확대는 특목고 학생에게 유리했다”며 “이번에도 면접이나 논술에서 강세를 보이는 특목고 학생들이 덕을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시모집에서 자연계열은 물론이고 인문계열에서도 수리 영역에 25%의 가중치를 둔 점 역시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같은 1등급이어도 언어와 외국어는 36점만 얻지만 수리는 45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학에 상대적으로 강한 특목고 학생들이 정시모집 1단계를 통과할 확률이 높아진다. 서울대는 지난해까지는 자연계열에서만 수리 영역에 가중치를 뒀다.
학생부 실질 비중은 최소화, 수능과 논술은 확대=1402명(44.2%)을 뽑는 정시모집은 1단계에서 수능 100%, 2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 50%와 논술, 면접·구술, 교직적성, 실기고사 등을 반영한다. 그런데 1단계 인문계열의 선발인원은 2배수(자연계열은 3배수)에 불과하다. 서울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든 계열에서 3배수로 뽑겠다고 했었다. 따라서 애초 자격기준 정도로 얘기했던 수능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상담실장은 “인문계는 자연계보다 학생 수가 많은데도 1단계 선발인원을 자연계보다 적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수능에 강한 특목고생이나 재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시모집 2단계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은 수치상으로는 50%(체육교육과 20%)나 된다. 하지만 실제 반영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과목별 등급점수에서 1·2등급 모두 만점(일반교과 8점, 심화교과 10점)을 주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내신은 대부분 2등급 이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반면 논술과 면접 비중은 여느 해보다 클 전망이다. 정시 논술고사는 2007학년도와 달리 통합교과형 문제로 어렵게 출제되는데다, 문항 수도 인문계 3문항, 자연계 4문항으로 많기 때문이다. 또 정시 2단계 논술과 면접·구술의 반영 비율도 각각 30%, 20%(사범대 제외)로 크게 높아졌다. 서울대는 “논술 채점을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밝혀, 지원자들 사이에 논술 점수 차이는 지난해보다 커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학생부 중심의 입학전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던 교육부의 2008학년도 입시제도 도입 취지가 또 한번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형빈 서울 이화여고 교사는 “그동안 사실상 우리나라 고교 교육을 좌지우지해 온 서울대가 이번 입시안을 통해 다시 한번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두선에 그친 지역균형선발 확대=학생부를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로 삼아 지역별로 잠재력 있는 학생을 균형있게 선발하는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교육 기회의 형평성 확대 및 교육 양극화 해소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차원에서 서울대는 2005년부터 지역균형선발 인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30% 이상을 뽑겠다던 약속과 달리, 2008학년도에는 고작 31명을 늘리는 데 그쳤다. 서울대 합격생 배출을 기대했던 농어촌지역 고교들이 허탈해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창섭 최현준 기자 cool@hani.co.kr
내신중심 입시안에 2년전부터 ‘반기’
눈치 보던 대학들도 덩달아 맞장구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2008 입시안’에 대한 서울대의 ‘딴죽 걸기’는 2년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2008 입시안’이 발표된 이듬해인 2005년 4월 이종섭 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200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시험을 자격고사화하고, 논술형 본고사의 비중을 크게 높이겠다”고 밝혔다. 학생부 비중 강화와 수능시험 등급화 등으로 요약되는 교육부의 ‘2008 입시안’에 서울대가 처음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의 강경한 태도에 눈치만 살피던 대학들은 물꼬를 터준 서울대의 방침에 쌍수를 들어 반겼다. 김인묵 고려대 전 입학처장은 “단과대별로 논술 유형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내신으로 대학 간다는 것은 새 대입안을 오해한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이어 학생·학부모·교사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르듯 논술고사 준비에 매달렸고, 내신과 수능, 논술 세 가지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당시 이 본부장은 논술형 본고사의 반영 비중에 대해서도 “내신에서 3등급 정도의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확정 발표된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안은 그의 이런 발언이 ‘헛말’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시 모집의 학생부, 논술 반영 비중에 대해 서울대는 “명목상 반영 비율을 4 대 3 정도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내신은 1·2등급(상위 11%) 학생들을 함께 묶어 만점을 주면서, 논술고사는 문제 수를 1개에서 3개로 늘리는 등 점수 차이를 벌릴 수 있는 여지를 크게 넓혔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국립대로서 서울대가 교육부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맞은 학생을 뽑으려 경쟁하기보다 더 잘 가르치는 경쟁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이 때문에 학생부 중심의 입학전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던 교육부의 2008학년도 입시제도 도입 취지가 또 한번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형빈 서울 이화여고 교사는 “그동안 사실상 우리나라 고교 교육을 좌지우지해 온 서울대가 이번 입시안을 통해 다시 한번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두선에 그친 지역균형선발 확대=학생부를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로 삼아 지역별로 잠재력 있는 학생을 균형있게 선발하는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교육 기회의 형평성 확대 및 교육 양극화 해소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차원에서 서울대는 2005년부터 지역균형선발 인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30% 이상을 뽑겠다던 약속과 달리, 2008학년도에는 고작 31명을 늘리는 데 그쳤다. 서울대 합격생 배출을 기대했던 농어촌지역 고교들이 허탈해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창섭 최현준 기자 cool@hani.co.kr
내신중심 입시안에 2년전부터 ‘반기’
눈치 보던 대학들도 덩달아 맞장구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2008 입시안’에 대한 서울대의 ‘딴죽 걸기’는 2년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2008 입시안’이 발표된 이듬해인 2005년 4월 이종섭 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200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시험을 자격고사화하고, 논술형 본고사의 비중을 크게 높이겠다”고 밝혔다. 학생부 비중 강화와 수능시험 등급화 등으로 요약되는 교육부의 ‘2008 입시안’에 서울대가 처음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의 강경한 태도에 눈치만 살피던 대학들은 물꼬를 터준 서울대의 방침에 쌍수를 들어 반겼다. 김인묵 고려대 전 입학처장은 “단과대별로 논술 유형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내신으로 대학 간다는 것은 새 대입안을 오해한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이어 학생·학부모·교사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르듯 논술고사 준비에 매달렸고, 내신과 수능, 논술 세 가지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당시 이 본부장은 논술형 본고사의 반영 비중에 대해서도 “내신에서 3등급 정도의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확정 발표된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안은 그의 이런 발언이 ‘헛말’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시 모집의 학생부, 논술 반영 비중에 대해 서울대는 “명목상 반영 비율을 4 대 3 정도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내신은 1·2등급(상위 11%) 학생들을 함께 묶어 만점을 주면서, 논술고사는 문제 수를 1개에서 3개로 늘리는 등 점수 차이를 벌릴 수 있는 여지를 크게 넓혔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국립대로서 서울대가 교육부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맞은 학생을 뽑으려 경쟁하기보다 더 잘 가르치는 경쟁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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