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을 위한 논리 균형 잡기-모노로그에서 디아로그로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 설득을 위한 논리 균형 잡기-모노로그에서 디아로그로
설득에는 항상 상대가 있다. 그래서 설득은 근본적으로 둘 사이의 대화(dialogue)이다. 하지만 대화하는 시늉만 할 뿐, 사실은 독백(monologue)만 늘어놓는 사람들도 많다. 귀는 닫고 입만 열어놓는 식이다. 자기 목소리가 커지면 호소력도 높아지리라 착각하는 듯하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논리 균형감각(sense of symmetry)이 있다. 어느 한쪽에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들으면, 되레 반감이 싹튼다. 반공교육을 그토록 집요하게 받았던 세대가 오히려 공산주의에 가장 관심이 많단다. 녹음기처럼 반복되는 아버지의 훈계는 뭉클한 감동은커녕 반항심만 스멀거리게 하지 않는가?
설득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서 내 논리에 수긍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어떻게 해야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할까? 논리 균형을 잡는 다음의 과정을 따라가 보자.
첫째, ‘가분수 비판’을 피해야 한다. 가분수 비판이란 알려진 사실이 적은 데 비해 너무 많은 비판을 늘어놓는 일을 말한다. 간도 갈등이나 동북공정에 대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풍월은 꽤 많을지 몰라도,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은 별로 없다. 역사 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는 여기 있다. 비판을 하려면 먼저 사실 관계를 정확히 밝혀내야 한다.
둘째, 쟁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똑같은 사실을 놓고도 받아들이는 문제가 서로 다르면 토론을 해 봤자 소용이 없다. 논리학의 ‘인신공격의 오류’나 ‘논점 일탈의 오류’가 여기에 해당된다. 트랜스젠더들의 사랑 문제를 다루면서, “XX는 아주 문란하다”는 식의 공격은 인신공격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대선주자들의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에서, “XX에게는 숨겨진 딸이 있다”는 비난은 논점을 빗나간 곳으로 논의를 이끈다. 어떤 사건에 무엇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확인한 뒤 이야기를 전개해야 한다.
격투기 시합은 링 안에서만 해야 한다. 링 밖에서 상대 선수를 꺼꾸러뜨리면 이는 ‘승리’가 아니라 폭행일 따름이다. 논쟁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문제 삼는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제3자의 눈에 논의는 이내 인신공격이나 비난으로 여겨지곤 한다.
셋째, 상대 주장이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정리해야 한다. 자신이 벌이는 논쟁에 대해 다른 이들이 자기편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면, 절대 자기 주장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내가 문제 삼는 상대편 주장이 무엇인지를 먼저 깔끔하게 정리해 주자. 모든 이해는 근본적으로 오해다. 해석 과정에서 나의 관점이 담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상대편 주장을 먼저 정리하는 작업은 내 안의 오해를 없애는 과정이기도 하다.
넷째, 상대 주장에 대한 반론을 편다. 훌륭한 외과의사는 수술할 부위를 정확하게 짚어내어 최소한의 피만 흘리게 한다. 좋은 반론도 마찬가지다. 쟁점을 정교하게 잡아서 강하게 때려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길고 장황한 글치고 설득력 높은 경우는 없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카이사르의 세 마디는 반대론자들의 길고도 엄청난 반론을 단번에 제압해버리지 않았던가. 그 다음은 생각을 깊고 넓게 만드는 단계다. 반박에서 그치지 말고, 내 주장에 대해 상대방이 다시 내세울 재반박에까지 생각을 미쳐보라. 주장 끝에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라는 비판이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상대가 말하고 싶은 바를 미리 말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때, 비판의 힘은 두 배가 된다. 예상되는 반론을 짚고 나름의 대책을 제시해 보자.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 단계다. 모든 설득은 생산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상대 주장을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논의는 ‘비난을 위한 비난’에 그칠 뿐이다.
상대와 내가 동시에 납득할 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아 보자. 도저히 좋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으면 “이 문제는 우리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화두이다”라는 식으로 결론을 열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부족함을 솔직하게 열어놓을 때 인간됨의 크기는 훨씬 커 보인다.
설득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혼자 말하더라도, 논리 속에는 상대와 나의 주장이 서로 대화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논리 균형이 무너진 주장은 독설이거나 귀 아픈 잔소리일 뿐이다. 안광복/서울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 뇌를 깨우는 논리 체조 ■
무술의 겨루기에는 ‘약속 대련’이 있습니다. 정해진 순서와 방식에 따라 겨루기를 진행하는 것이지요. 사실 확인, 논점 잡기, 상대 주장 소개, 반론, 재반론 검토, 대안 제시 순서로 친구와 짝을 이뤄 설득을 서로 펼쳐 봅시다. 다음 주제 중 하나를 골라 찬, 반 입장을 정한 뒤 상대방에게 논리 균형이 잡힌 설득을 전개해 보세요.
예 시주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에 대한 찬성과 반대, 주 5일제 전면 실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정부의 ‘3불 정책’ 고수 입장에 대한 찬성과 반대
체조 방법
토론을 붙이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주제에 대한 충분한 배경을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를 하고 논리 균형감각을 유지한 채 논의를 전하는 능력입니다. 논의를 펼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만 주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이야기를 펼치면서 스스로 생각을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상대 주장에 대한 반론을 편다. 훌륭한 외과의사는 수술할 부위를 정확하게 짚어내어 최소한의 피만 흘리게 한다. 좋은 반론도 마찬가지다. 쟁점을 정교하게 잡아서 강하게 때려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길고 장황한 글치고 설득력 높은 경우는 없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카이사르의 세 마디는 반대론자들의 길고도 엄청난 반론을 단번에 제압해버리지 않았던가. 그 다음은 생각을 깊고 넓게 만드는 단계다. 반박에서 그치지 말고, 내 주장에 대해 상대방이 다시 내세울 재반박에까지 생각을 미쳐보라. 주장 끝에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라는 비판이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상대가 말하고 싶은 바를 미리 말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때, 비판의 힘은 두 배가 된다. 예상되는 반론을 짚고 나름의 대책을 제시해 보자.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 단계다. 모든 설득은 생산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상대 주장을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논의는 ‘비난을 위한 비난’에 그칠 뿐이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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