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일치법으로 원인과 이유 찾기
관련 있는 사실이 모두 원인은 아니다! 사람들은 들어야 할 말보다 듣고 싶은 이야기에 솔깃해 한다. 솔직한 충고보다 아부에 더 마음을 끌리는 이유다. 하지만 환자가 쓴 약을 싫어한다고 사탕만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마음 속 기대와 바람이 고된 현실을 바라보기 주저하더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범죄는 줄어들기 시작했단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경제 사정이 나아졌다거나, 경찰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사실 등등에서 찾곤 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상식적인 해답들이다. 하지만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은 엉뚱해 보이는 진단을 내놓았다. 범죄자가 적어진 진짜 원인은 1973년에 실시된 ‘낙태 합법화’에 있다. 형편이 어려우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어렵다. 그렇게 자란 아이일수록 범죄자가 되기 쉽다. 낙태가 합법화되자, 아이 키우기 버거운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그 때 아이들이 성인이 된 2000년대에는 범죄를 저지를 만한 이들의 숫자가 훨씬 줄어들었을 터다. 레빗의 해석은 미국 안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이미 있었던 해석들은 레빗의 주장보다 설득력이 떨어졌다. 지금의 러시아처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는 나라에서도 범죄가 더욱 판치는 경우도 많다. 독재국가에서는 경찰 수가 많지만 범죄도 못지않게 많다. 그럼에도 레빗의 결론을 선뜻 받아드리기 어렵다. 가난한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듯하여 마음이 영 편치 않은 까닭이다. 통계학의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은 문제를 짚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회귀분석이란 수치를 통해 잘 들어나지 않는 관계들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예컨대, 눈이 오면 날씨가 춥다. 날이 더우면 눈은 내리지 않는다. 이처럼 눈과 추운 날씨는 관련이 높다. 반면, 낮인지 밤인지, 가로등이 있는지 없는지는 눈이 오고 안 내리는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회귀분석은 여러 사실 중에서 결과와 꼭 들어맞는 사실들을 짚어준다. 이를 논리학에서는 ‘일치법’이라고 한다. A,B,C,D가 들어있는 약과, B,C,D로 만든 약, A,C,D가 들어있는 약을 먹은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첫 번째와 세 번째 약을 받은 사람만 병이 나았다면 약효가 있는 성분은 무엇일까? 당연히 A다. 일치법은 나타난 사례 모두에서 나타나는 요소를 추려내어 원인으로 삼는 방법이다. 일치법은 상식적일뿐더러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상식적이고 간단한 만큼 실수와 편견에 휘둘리기도 쉽다. 보충 수업을 많이들은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보자. 이 둘이 관계가 꼭 보충 수업이 성적을 끌어올렸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공부를 잘할수록 수업에 관심이 많은 법이다. 혹시 공부를 잘하니까 보충수업도 많이 듣게 된 것은 아닐까? 일치법은 두 개 사실이 서로 관계있음을 보여주지만, 어느 하나가 다른 것에 ‘원인’임을 증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뿌리 깊은 편견은 관계를 원인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태인 모습이 그렇다. 유태인들 중에는 상인이 많다. 워낙 장사하는 사람이 많으니 유태인 가운데 악독한 상인이 있을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꼬여가는 세상의 눈은 ‘유태인이므로 악덕상인’이라는 편견을 낳았다. 그렇다면 제대로 원인을 진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생각하는 원인이 있다면, 이와 반대되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챙겨보자. 앞서의 낙태 합법화와 범죄의 관계를 돌이켜 보자. 이 주장이 옳으려면, 낙태가 허용된 다른 나라의 성범죄 등등도 세월이 흐르면서 줄어들어야 맞다. 과연 그런가? 거침없이 던지는 물음표는 진실을 확인시켜 준다.
다음으로, 자신이 꼽은 원인으로 비슷한 사례를 설명해 보라. 미래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자유로이 낙태를 하도록 해야 할까? 모든 문제에는 이유와 원인이 있지만, 문제를 풀기위해 모든 원인을 없앨 수는 없다. 광우병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소를 죽이는 것이지만 이는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원인과 이유를 짚어 낼 때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차가운 눈이 필요하다. 그러나 밝혀낸 원인으로 문제를 치료할 때는, 가슴에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실수를 인류 역사는 너무도 많이 저질렀음을 기억하라.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뇌를 키우는 논리 체조> 다음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해보세요. 그리고 제대로 짚어내었는지 검토해 보세요. 1. 최근 모 대학의 모의논술 시험 결과에 따르면,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이 논술도 잘 본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사고를 당하면, 외딴 산골에서보다 되레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기 힘들단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왜 그럴까? 이유를 설명하고 도움을 빨리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라. 3. 미국의 어떤 정치학자는 감옥에 사람들이 많으면 범죄율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되도록 사람들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그의 주장은 옳은가? <체조방법> 일치법을 이용하여 각각의 상황에 공통되는 점과 특이한 사실을 나누어 봅니다. 각각에 상황에만 해당하는 특수한 사실을 드러낸 후, 이것을 검토 봅시다. 검토과정에서는 학생들 하나하나의 편견이 불거지기 마련입니다. 이를 지적하고 토론하는 과정은 세상을 보는 올곧은 시선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관련 있는 사실이 모두 원인은 아니다! 사람들은 들어야 할 말보다 듣고 싶은 이야기에 솔깃해 한다. 솔직한 충고보다 아부에 더 마음을 끌리는 이유다. 하지만 환자가 쓴 약을 싫어한다고 사탕만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마음 속 기대와 바람이 고된 현실을 바라보기 주저하더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범죄는 줄어들기 시작했단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경제 사정이 나아졌다거나, 경찰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사실 등등에서 찾곤 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상식적인 해답들이다. 하지만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은 엉뚱해 보이는 진단을 내놓았다. 범죄자가 적어진 진짜 원인은 1973년에 실시된 ‘낙태 합법화’에 있다. 형편이 어려우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어렵다. 그렇게 자란 아이일수록 범죄자가 되기 쉽다. 낙태가 합법화되자, 아이 키우기 버거운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그 때 아이들이 성인이 된 2000년대에는 범죄를 저지를 만한 이들의 숫자가 훨씬 줄어들었을 터다. 레빗의 해석은 미국 안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이미 있었던 해석들은 레빗의 주장보다 설득력이 떨어졌다. 지금의 러시아처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는 나라에서도 범죄가 더욱 판치는 경우도 많다. 독재국가에서는 경찰 수가 많지만 범죄도 못지않게 많다. 그럼에도 레빗의 결론을 선뜻 받아드리기 어렵다. 가난한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듯하여 마음이 영 편치 않은 까닭이다. 통계학의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은 문제를 짚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회귀분석이란 수치를 통해 잘 들어나지 않는 관계들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예컨대, 눈이 오면 날씨가 춥다. 날이 더우면 눈은 내리지 않는다. 이처럼 눈과 추운 날씨는 관련이 높다. 반면, 낮인지 밤인지, 가로등이 있는지 없는지는 눈이 오고 안 내리는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회귀분석은 여러 사실 중에서 결과와 꼭 들어맞는 사실들을 짚어준다. 이를 논리학에서는 ‘일치법’이라고 한다. A,B,C,D가 들어있는 약과, B,C,D로 만든 약, A,C,D가 들어있는 약을 먹은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첫 번째와 세 번째 약을 받은 사람만 병이 나았다면 약효가 있는 성분은 무엇일까? 당연히 A다. 일치법은 나타난 사례 모두에서 나타나는 요소를 추려내어 원인으로 삼는 방법이다. 일치법은 상식적일뿐더러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상식적이고 간단한 만큼 실수와 편견에 휘둘리기도 쉽다. 보충 수업을 많이들은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보자. 이 둘이 관계가 꼭 보충 수업이 성적을 끌어올렸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공부를 잘할수록 수업에 관심이 많은 법이다. 혹시 공부를 잘하니까 보충수업도 많이 듣게 된 것은 아닐까? 일치법은 두 개 사실이 서로 관계있음을 보여주지만, 어느 하나가 다른 것에 ‘원인’임을 증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뿌리 깊은 편견은 관계를 원인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태인 모습이 그렇다. 유태인들 중에는 상인이 많다. 워낙 장사하는 사람이 많으니 유태인 가운데 악독한 상인이 있을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꼬여가는 세상의 눈은 ‘유태인이므로 악덕상인’이라는 편견을 낳았다. 그렇다면 제대로 원인을 진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생각하는 원인이 있다면, 이와 반대되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챙겨보자. 앞서의 낙태 합법화와 범죄의 관계를 돌이켜 보자. 이 주장이 옳으려면, 낙태가 허용된 다른 나라의 성범죄 등등도 세월이 흐르면서 줄어들어야 맞다. 과연 그런가? 거침없이 던지는 물음표는 진실을 확인시켜 준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뇌를 키우는 논리 체조> 다음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해보세요. 그리고 제대로 짚어내었는지 검토해 보세요. 1. 최근 모 대학의 모의논술 시험 결과에 따르면,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이 논술도 잘 본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사고를 당하면, 외딴 산골에서보다 되레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기 힘들단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왜 그럴까? 이유를 설명하고 도움을 빨리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라. 3. 미국의 어떤 정치학자는 감옥에 사람들이 많으면 범죄율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되도록 사람들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그의 주장은 옳은가? <체조방법> 일치법을 이용하여 각각의 상황에 공통되는 점과 특이한 사실을 나누어 봅니다. 각각에 상황에만 해당하는 특수한 사실을 드러낸 후, 이것을 검토 봅시다. 검토과정에서는 학생들 하나하나의 편견이 불거지기 마련입니다. 이를 지적하고 토론하는 과정은 세상을 보는 올곧은 시선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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