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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잘먹고 잘살기 위한 공부?’ 동기가 필요해요

등록 2007-05-27 15:34수정 2007-05-27 15:37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중국 상해에 출장을 갔다가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주재원 자녀를 비롯한 많은 한국 학생들이 중국에서 상당히 방황한다는 것이다. 기를 쓰고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 데다 정체성이나 진로가 불명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인교회를 방문한 한 목사님이 중등부 아이들에게 강연을 한 것을 계기로 아이들이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빈둥거리던 아이들이 스터디그룹을 만들고, 선배들이 후배를 돕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목사님은 공부에 대해 얘기하는 대신, “너희들이 나중에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감동적으로 연설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의 청소년으로서, 민족을 위해서, 불평등한 세상을 인간화하기 위해서 장차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강대국의 각축 속에서 한국의 앞날을 여는 리더가 얼마나 절실한가 등에 대해 열정을 다해 말했다. 양극화로 인한 빈곤과 실업문제, 북한문제 등 어른들의 이슈를 솔직하게 제기하면서 그들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호소했다. 그야말로 잠자던 영혼을 두들겨 깨운 것이었다.

이 얘기는 내게도 영감을 주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위해 공부하라고 하는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괜찮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심지어 ‘세상이 험하니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자기자신을 위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공부하라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그런 건 아이들에게 강력한 동기가 되지 않는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때, 꿈을 물어보면 ‘평범한 회사원이 되겠다’고 대답하곤 했다. 내가 ‘왜 하필 평범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왜 어때서? 그것도 어려운 거야”라고 대답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 자기 자신을 위한 삶으로만 본다면, 뛰어난 과학자나 평범한 회사원이나 뭐가 다르겠는가.

아이들에게도 자기만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닌, 더 큰 어떤 것에 기여하고자 하는 ‘높은 수준의 욕구’가 있다는 것, 그것이 작동할 때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발전시키려는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된다는 것을 어른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학교에서 아이들의 영어책 읽기 모임을 이끌어달라는 청을 받아, 7~8명의 아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먼저 물어보았다. “영어를 아주 잘하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리고 내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줬다. 한국 매니저들이 똑똑하고 열정적이며, 열심히 일하지만 영어 능력 때문에 아·태지역 관리자 자리만 해도 싱가폴, 홍콩 사람들에게 내주고 있고, 그런 일이 얼마나 우리의 역량 발휘를 제한하는지를 말이다. 내 느낌인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아이들의 영어 공부에는 활력이 생겨났다. 경영 컨설턴트인 톰 피터스는 “비즈니스가 아닌 ‘동기’를 만들어내라”(Create a Cause, not a Business)고 역설했다. 부모로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동기를 주고 있는가? 공부는 동기를 지닌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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