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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설립 '고등교육원' 운영 어떻게 ‥
학분별 평가기관 '공모' 검토 ‥ 정부는 총괄만
예산도 열배 늘려 ‥대교협 '절대지분' 요구 반발
대학평가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정부기관인 고등교육평가원의 내년 설립을 앞두고 대학평가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신설되는 고등교육평가원은 평가 총괄만 맡고 실제 평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공학교육인증원, 민간경제연구소 등 다양한 평가기관이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대학간 자율협의체로 대학 종합평가 등을 담당하는 대교협은 내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비중의 평가권을 지키려고 해, 실제 평가틀이 어떻게 구체화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7일 “내년에 설립을 추진중인 고등교육평가원은 평가의 조정 혹은 통제본부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 평가는 지금의 대학 평가기관들을 포함해 다양한 민간 기구들이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평가원은 학생과 학부모, 산업체, 외국 평가전문가 중심으로 대학과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평가단위를 꾸려 평가를 관리하고 통제할 뿐 실제 평가는 현재의 평가기관과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평가의 독립성을 위해 외국의 평가전문가를 원장으로 위촉할 수도 있다는 게 교육부 쪽 생각이다. 교육부는 또 내년 대학 평가 예산으로 14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한해 대교협 쪽에 평가와 관련해 지원하는 예산의 10배에 이르는 액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학문분야별로 평가기관을 공모해 최고 점수를 얻은 기관에 평가를 맡기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교협 등 현 평가기구 뿐 아니라, 민간경제연구소나 언론사 등도 평가 참여가 가능해진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대학 종합평가는 평가원에서 직접 담당하되, 학문 분야별 평가는 평가원이 민간 평가기구와 연계해 역할분담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런 구상에 대해 현 평가기관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문일 공학교육인증원 사무처장은 “평가는 전문기관에 맡기고 정부는 평가기관을 평가하는 역할 분담으로 평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정부 쪽 구상에 대체로 동조했다. 하지만 대교협 쪽은 정부가 대학 평가를 직접 챙기는 데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이현청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걸려 있기 때문에 대학 평가 체제를 변화시키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평가원이 설립되더라도 실제 평가는 대교협에 맡기거나 대교협의 절대 지분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또 “대교협을 다른 평가기관들과 동등하게 취급해 ‘엔(N)분의 일’의 몫만 인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총장은 정부 방침이 대교협 뜻과 다르게 나올 경우 이사회 등을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평가 전문가들은 “일종의 ‘동업자 조합’인 대교협에게서 엄정한 자기평가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정부뿐 아니라 대학으로부터도 독립적인 평가시스템의 구축을 주문했다. 한 대학평가 전문가는 “인정과 인맥으로 연결된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평가하는 것은 실질적인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면서 “우리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 평가원 이사회를 구성해, 대학교육의 수요자들이 대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평가의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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