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 조면희 옮김 현암사
고려·조선 명문장들 민족의 뿌리 ‘오롯이
미래는 불확실하다. 때론 두렵기까지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과거를 돌이켜 본다. 과거에서 현재를 떠올리고 다시 미래를 가늠하는 것이다. 과거는 미래로 들어가는 현재의 입구, 옛글은 그 입구를 열어 주는 열쇠다. 케케묵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 수많은 침략을 받을 때마다 책과 문서들을 잃은 탓에 옛글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임진왜란 이전의 옛글 찾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그나마 남아 있는 옛글 또한 제대로 우리말로 옮겨지지 않아 아쉽고 안타깝다. 이 책은 고려와 조선 시대의 명문들을 모았다. <죽부인전>과 <공방전> 등 가전체 소설부터 애첩의 죽음을 슬퍼하는 제문, 왜란을 당하여 군대를 모집하는 격문, 일본 국왕에게 보낸 국서, 임금이 하사한 음식을 사양하는 상소, 삼각산 기행, 효순왕후 묘비에 쓴 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옛글 100편이 오롯이 담겨 있다.
개인적이고 정서적이면서 가벼운 수필을 주로 하면서 당시의 사회상과 작가의 인간관계가 명료하게 드러나 있거나,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오늘날의 지역적 특성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더했다는 것이 옮긴이의 설명이다. 옛글을 번역하다가 만난 좋은 글 가운데 다시 엄선해 쉽고 사실적인 토박이말로 옮기려 애썼다. 기존의 딱딱한 ‘고전 문선’들과는 구별되는 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삶, 문화는 물론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만의 전통과 문화의 뿌리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역사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실을 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를테면 이순신 장군이 왜적으로부터 빼앗은 조총을 모방하여 좀 더 개량된 ‘이순신식 조총’을 만들어 임금에게 보내며 널리 쓰일 수 있게 하자고 건의하는 대목도 그 가운데 하나다(새로 만든 화포를 왕에게 올리는 장계, 273~274쪽). 과거에도 오늘날 못지 않게 각종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 사람살이란 결국 똑같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장기나 바둑 같은 오락을 즐기는 박색회, 술을 마시는 음거회, 사냥 모임인 어렵회 등은 그 가운데 극히 일부다.
400쪽이 넘는 분량이라 한숨에 다 읽기는 만만치 않다. 다행히 3~4쪽 정도의 글이 대부분이라 아무데나 펴서 틈틈이 읽으면 효과적이다. 작품 끝마다 간단한 해설을 붙여 이해하기 쉽다. 다만 옛날이야기 모음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지는 말 것. 어제를 들여다보면서 오늘을 살피고 내일을 읽어 가자.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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