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영어평가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서울대 권오량 교수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베네세코리아 제공
■ 서울대 권요량 교수 조사 현재 초등학교에서 3학년부터 이뤄지고 있는 영어 교육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서울대 영어교육과 권오량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고교생의 영어 능력 및 한국 초등 영어 교육의 효과’ 주제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초등학교부터 정식 교과목으로 영어를 배운 고등학생들이 영어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보다 읽기, 듣기, 쓰기 등 모든 영역에서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영역별로는 듣기에서 가장 효과가 컸으며, 쓰기와 읽기 순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의 초등학교에서 영어가 정식 교과목으로 도입된 뒤 장기적인 효과를 비교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미를 강조했다. 일 고교 영어평가 ‘GTEC’ 사용 이번 조사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고교생들의 영어 능력을 2년 동안 비교 분석해 보니 중국 학생이 가장 우수했으며, 한국과 일본 순서로 뒤를 이었다. 특히 쓰기 능력에서는 한국 학생들이 2년 연속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2003년에는 3개국 고교생 1만40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지난해에는 1만3000명(한국 5133명, 중국 4236명, 일본 4373명)을 대상으로 했다. 평가 도구는 일본 고교의 영어능력 평가시험인 지티이시(GTEC; Global Test of English Communication)를 사용했다.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등학교에서 정규 교과목으로 배운 2004년 고교 1학년이 배우지 않은 2003년 고교 1학년보다 평가 점수(800점 만점)에서 총점이 40점 높았다. 듣기(320점 만점)는 18점, 쓰기(160점 만점)는 12점, 읽기(320점 만점)는 9점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04년에 평가시험을 치른 고1과 고2를 비교해 보니,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고1이 배우지 않았던 고2보다 읽기, 듣기, 쓰기 등 모든 영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권 교수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영어를 1년 더 배운 고2가 고1보다 성적이 나은 점에 비춰 볼 때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1학년과 2004년 1학년을 비교해 보니 일본이나 중국은 성적의 변화가 거의 없거나 약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으나 한국은 2004년 1학년이 2003년 1학년보다 40점이 높아진 것은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육이 실시된 결과의 반영물”이라고 덧붙였다. 정식 교과목 첫 도입 2004년 고1-비교육 고2 비교
둗기·쓰기·읽기 모든 영역서 골고루 성적 ‘우수’
“지방선 대도시보다 효과낮아 사교육 영향”반박도 “추가 연구로 조사결과 검증을” 하지만 다른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번 연구가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4년 동안의 영어 교육 효과를 점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이번 연구의 비교 대상인 두 집단 사이에는 4년이라는 긴 시간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초등 영어 교육의 성과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윤선생영어교실의 김성우 팀장은 “초등학교에서와 중학교 이후의 학습량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 비교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중학교에서의 영어 능력의 변화와 사교육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번 결과를 검증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4년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지방 고교들의 경우 초등학교 영어 교육 도입에 따른 효과가 대도시 학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초등학교 영어 교육의 효과라기보다는 사교육의 영향”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3개국 영어 비교선 중>한>일 순 이번 조사에서 2003년과 2004년 연속으로 참여한 학교만을 놓고 세 나라 학생들을 비교한 결과도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나타났다. 영역별로는 읽기(320점 만점)에서는 한국 학생(1학년 195점, 2학년 194점)이 일본 학생(1학년 160점, 2학년 184점)보다 우수했으며, 중국 학생(1학년 193점, 2학년 202점)보다는 1학년은 다소 우위, 2학년은 다소 떨어졌다. 듣기(320점 만점)는 한국 학생(1학년 187점, 2학년 179점)이 중국(1학년 173점, 2학년 174점)이나 일본 학생(1학년 158점, 2학년 166점)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쓰기(만점 160점)에서는 한국 학생(1학년 66점, 2학년 62점)이 중국 학생(1학년 88점, 2학년 85점)이나 일본 학생(1학년 86점, 2학년 90점)보다 크게 떨어졌다. 권 교수는 “2004년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지방 고교들의 경우 영어 능력이 대도시 고교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도시와 지방 사이의 균형적인 영어 교육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곽용환 기자 yh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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