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원/울산 일산중 2학년
하루의 일과를 컴퓨터와 함께 했던 내게 컴퓨터 없이 생활한 경험은 실로 대단했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따분한 일일 줄이야. ‘뭐 재미있는 것이 없나' 하고 집안을 뒤지던 차에 책장에 나란히 서 있는 여러 권의 책들이 내 눈에 들어왔고, 한 권 한 권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언제 샀었고, 누구와 샀었지.” 하는 추억이라고 말할 정도의 것들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그 많은 책들 중 어린왕자를 택한 것은, 구입한 지가 가장 오래된, 그만큼 느낌이 강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맨 처음에 이 책을 샀을 때 나는 별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나이로 이해하기엔 좀 벅찬 내용들이 많은 편이었다.
이 책은 마음이 어린 어린왕자가 겪고 느낀 순수한 것들을 적은 책이다. 이 책이 씌어진 당시가 지금으로부터 5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때도 인간들의 마음이 그렇게 악했다는 사실이 내 미래를 가늠케 했다. 아니, 미래가 아닌 지금에라도 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의 그림을 보게 될 때에, 그 것을 당연히 모자로 여길 것이다. 지금도 모자 따위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누구의 휴대폰이 더 비싼 것이고 기능이 좋다 하는 이야기들을 더 좋아한다. 그렇기에 난 이 책의 초반에서 아주 많은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책이란 것이 얻는 게 있을수록 더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내가 생각한 최고의 장면은, 어린왕자가 여우를 만났던 바로 그 때이다. 대략 1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귀여니 소설’ 열풍. 그런 소설들이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아마도 청소년들의 입맛에 맞아 떨어지는 재미와 감동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그런 소설에서도 감동을 찾아낼 수가 있겠지만, 내가 정말로 진한 감동을 느낀 건 어린왕자와 여우의 만남이었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겠지.”
여우가 어린왕자와 나눈 이 대화는 아주 색다른 표현이었고, 달리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아주 힘든 부분인지도 모르지만, 사실 제일 어려우면서도 제일 간단한 부분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 내게 하나밖에 없는 누군가가 생긴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초등학생용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고, 나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이 책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이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처음엔 정말 심심풀이로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책이었지만, 지금은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 후회가 될 정도이다. 어린왕자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정말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평] 틀 넘어선 ‘나’만의 독후감 독후감은 딱딱해지기 쉽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느낀 점을 덧붙이는 것을 독후감 쓰기의 일반적인 형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이 글은 그런 틀을 벗어났다. 물론 그 벗어남이 ‘모자람’이 아니라 ‘넘어섬’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벗어남은 책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했을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고용우/울산 국어교사모임 회장, 울산 제일고 교사 koyongu@chol.com
이 책이 초등학생용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고, 나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이 책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이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처음엔 정말 심심풀이로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책이었지만, 지금은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 후회가 될 정도이다. 어린왕자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정말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평] 틀 넘어선 ‘나’만의 독후감 독후감은 딱딱해지기 쉽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느낀 점을 덧붙이는 것을 독후감 쓰기의 일반적인 형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이 글은 그런 틀을 벗어났다. 물론 그 벗어남이 ‘모자람’이 아니라 ‘넘어섬’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벗어남은 책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했을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고용우/울산 국어교사모임 회장, 울산 제일고 교사 koyongu@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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