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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당국의 대책엔 답이 없다

등록 2005-03-27 18:43수정 2005-03-27 18:43

지난해 수능 부정 사건이 터진 다음부터 꼬리를 잇는 충격적인 사안들로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것이다. 보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면서도 교육 당국의 대책을 보면 실소를 넘어 분한 마음까지 겹치니 어쩔 것인가.

휴대폰 수능 부정을 막기 위해 고사장에 전파탐지기를 설치하고, 교사의 성적 조작과 평가 비리를 막는다면서 엉뚱하게 감독 교사를 2명으로 하고, 그것도 모자라 학부모 도우미까지 동원한다고 했다. 일진회 문제가 터지자 학교 경찰 제도를 도입하고, 선생님들이 학교 폭력을 신고하면 포상을 하겠다고 했다가 비교육적이라며 여론이 들끓자 슬쩍 말꼬리를 바꾸기도 하였다.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해 요청이 있으면 학교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확정된 안인 것 같다. 피해 학생들과 그 가족들의 깊은 상처를 생각하면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것은 학교 폭력 문제에 선생님들이 두 손을 들었다는 것을 국민에게 선언하는 꼴인 것 같아 참 민망하다.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것이야 부득이 경찰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지만,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까지도 감시 카메라에 맡기겠다는 것은 선생님들의 직무유기를 인정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렇듯 심각한 상황이라면 아무리 업무가 많더라도 우리 사회는 선생님들에게 그 책임과 의무를 당당히 요구하여야 한다.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학교를 꿈의 공간으로 바꾸라고 추상같이 명령을 해도 되는 것이다.

전파탐지기니 학부모 도우미니 감시 카메라니, 이러지 말라는 말이다. 왜 당연히 선생님들이 할 일을 기계에 맡기고 학부모에게 맡기고 경찰에게 맡기는가? 이것은 선생님을 돕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하는 일이요, 우리나라 교사들이 무능하고 불성실하다는 것을 교육부가 나서서 온 세상에 나팔을 부는 일이다.

교육부가 교사들은 지나치게 불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교육 문제의 해결책이 교육부 안에 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에 대한 답을 교육부 안에서 서둘러 내놓고, 게다가 사태 대응 능력을 자랑하듯이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 성급한 대책을 먼저 언론에 띄우고 있다. 지극히 대증적이고 면피용인 대책, 대책들…. 하도 비난을 받고 욕을 먹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하더라도 제발 정신이 든 다음에 대책을 세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거듭 말하건대, 교육 당국은 문제를 교육부나 교육청 속에 깊숙이 갇혀서 5지 선다형 문제를 만들고, 거기서 답을 찾지 말기 바란다. 거기에는 미안하지만 답이 없다. 답은 학교 현장에 있고, 선생님들의 가슴속에 있고, 그리고 학생들의 마음속에 있다. ‘교육’의 힘만이 그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정성과 투자를 요구한다. 오랜 기다림과 함께….

서울 한성여중 교장 soam88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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