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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인사하니 쑥스런 기분 하고 나니 시원하네

등록 2005-03-27 19:08수정 2005-03-27 19:08

아침에 교실에 들어설 때면 쑥쓰러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교실에 들어선 나를 빤히 보면서도 인사를 안 하는 아이들이 있을 때 그렇다. 내가 먼저 “얘들아, 안녕!” 하고 인사를 하면 그제서야 아이들은 인사를 한다. 큰소리로 인사를 하는 아이가 한두 명 있는 날은 덩달아 다른 아이들도 인사를 하지만 내가 인사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날은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고 넘어갈 때도 있다.

아이들이 왜 인사를 안 할까?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버릇이 들지 않은 탓이 큰 것 같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집안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같은 어른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는 버릇이 몸에 붙어야 한다. 그래야 밖에 나가서도 이웃 어른들께 반듯하게 인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갈수록 인사를 대충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적당히 모른 척 넘어가는 일이 많다. 전화를 걸 때도 인사를 생략한다. 다짜고짜 누구네 집이죠, 누구 있어요 하고 묻기부터 한다. 이렇게 하면 인사를 받는 사람은 마음이 언짢아질 수 있다. 한마디로밖에 안 되지만 푸근한 인사를 받는 순간 더없이 사람 마음이 즐거워진다.

인사

저쪽에서 동네 아저씨가 온다.

그냥 가까? 우짜까?

자꾸 가까이 온다.


“아저씨, 안녕하십니까?”

“오냐, 착하다.”

인사를 하고 나니

나는 속이 시원했다.

(변성희/울산 선암초등학교 6학년, <엄마의 런닝구> 중에서)

인사를 하기 전의 복잡한 마음을 이만큼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 상대편이 혹 나를 알아보지 못할까 봐 슬쩍 머리를 숙이고 사람을 지나친 일은 누구한테나 있다. 이 시를 보면 그런 일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오른다. 성희가 그랬듯 어떤 기분이든지 툭 털고 인사를 할 때 속이 시원해지는 거다.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은

많은 사람들과 만난다.

경비원 아저씨와

만났다.

“안녕하세요?“

“오냐.”

조성진도 만났다.

“성진아, 안녕.”

왠지 기분이 좋다.

(이태영/인천 주안남초등학교 4학년)

태영이는 학교 가는 길에 만난 경비원 아저씨, 친구들한테 인사를 한다. 경비원 아저씨는 태영이 인사에 시원스럽게 답을 해 준다. “오냐.” 참 정겹고 듣기 좋은 말이다. 이 말을 들은 태영이의 학교 가는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친구를 보니 들뜬 기분에 또 시원스레 인사를 한다. 성진도 기분좋게 받아 줄 것이다. 태영이의 힘찬 하루는 이렇게 인사로 시작된다. 아주 작은 일 같지만 인사를 정겹게 주고받는 일이 얼마나 사람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지 이 시 두 편은 넉넉하게 보여 준다.

강승숙/인천 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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