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황대규군 두달 사투끝 숨져
시신마저 기증 지난 1월21일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데도 대전 중구 유등천에는 얇은 살얼음만이 끼어 있을 뿐이었다. 마침 유등천가로 놀러나온 황민규(16), 대규(15) 형제의 눈에 위태롭게 살얼음 위로 올라가는 강아무개(9)군의 모습이 보였다. 말릴 사이도 없었다. 어린 강군의 몸무게도 이기지 못한 얼음은 사정없이 깨지며 강군은 물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순간 민규와 대규는 몸이 깨질 듯이 차가운 얼음물 속으로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몸을 던졌다. 같은 다세대 주택에 살며 막냇동생으로 여겨온 강군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몇분 동안의 사투 끝에 강군을 겨우 뭍으로 밀어올린 민규와 대규는, 이제 자신들의 몸을 추스를 힘이 없었다. 뒤늦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민규 형제를 서둘러 병원으로 옮겼지만 형 민규는 숨지고, 동생 대규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삶을 위한 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 두달여가 흐른 지난 27일 어린 싹은 따뜻한 봄볕을 받지 못한 채 부모의 손을 저버리고 차가운 물을 건너 형을 따라갔다. 월세 18만원짜리 단칸방에서 민규와 대규 등 3남매와 어렵지만 행복하게 살아온 아버지 황길성(47)씨는 28일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를 통해 대규군의 각막과 주검을 기증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어린 아들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 부모가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규군의 각막은 숨질 당시 패혈증 증세로 인해 남의 눈을 밝히는 데는 쓰이지 못했지만, 시신은 해부학 실습을 위해 건양대 의과대에 기증될 예정이다. 남을 위해 몸을 던진 어린 대규의 몸은 그렇게 또 남을 위해 쓰이게 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시신마저 기증 지난 1월21일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데도 대전 중구 유등천에는 얇은 살얼음만이 끼어 있을 뿐이었다. 마침 유등천가로 놀러나온 황민규(16), 대규(15) 형제의 눈에 위태롭게 살얼음 위로 올라가는 강아무개(9)군의 모습이 보였다. 말릴 사이도 없었다. 어린 강군의 몸무게도 이기지 못한 얼음은 사정없이 깨지며 강군은 물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순간 민규와 대규는 몸이 깨질 듯이 차가운 얼음물 속으로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몸을 던졌다. 같은 다세대 주택에 살며 막냇동생으로 여겨온 강군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몇분 동안의 사투 끝에 강군을 겨우 뭍으로 밀어올린 민규와 대규는, 이제 자신들의 몸을 추스를 힘이 없었다. 뒤늦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민규 형제를 서둘러 병원으로 옮겼지만 형 민규는 숨지고, 동생 대규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삶을 위한 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 두달여가 흐른 지난 27일 어린 싹은 따뜻한 봄볕을 받지 못한 채 부모의 손을 저버리고 차가운 물을 건너 형을 따라갔다. 월세 18만원짜리 단칸방에서 민규와 대규 등 3남매와 어렵지만 행복하게 살아온 아버지 황길성(47)씨는 28일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를 통해 대규군의 각막과 주검을 기증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어린 아들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 부모가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규군의 각막은 숨질 당시 패혈증 증세로 인해 남의 눈을 밝히는 데는 쓰이지 못했지만, 시신은 해부학 실습을 위해 건양대 의과대에 기증될 예정이다. 남을 위해 몸을 던진 어린 대규의 몸은 그렇게 또 남을 위해 쓰이게 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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