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부총리 발표 고등교육 발전방안
교육부 “예산 1조 증액”…노대통령 “대학, 집단이기주의”
교육인적자원부는 26일 내년에 저소득층·소외층 자녀에게 대학 문을 넓혀주는 ‘기회균등 할당제’ 등을 도입하기 위해 고등교육 예산을 1조원 늘리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대학 입시의 내신 논란과 관련해, 대학들의 내신 무력화 시도를 ‘집단 이기주의’라고 규정하며 대학들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대통령과 대학 총·학장 152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대학총장 토론회’에서, 기회균등 할당제 도입을 뼈대로 한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을 보면,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의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 등 소외층을 정원 외로 특별전형하는 ‘기회균등 할당 전형’이 내년부터 도입된다. 현재 농어촌 학생 등 전체 모집정원 58만명의 3.9%에 그치고 있는 소외계층 특별전형을 최대 11%인 6만4천여명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대학은 이들의 잠재력과 소질을 살펴 선발하고, 정부는 장학금과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뒷받침한다.
교육부는 또 세계 200위권 안에 들 연구중심대학 10곳(수도권 5곳, 지방 5곳)을 집중 육성하고, 권역별 1~2곳씩 ‘지역발전 선도대학’과 산업인력 양성 우수대학 100곳, 평생학습 중심대학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고등교육 정책사업비’로 1조원을 늘려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고, 2009년 이후 연 2조~2조6천억원씩 더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받았다”며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7월 경제부총리가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최근 ‘내신 갈등’과 관련해 서울대와 일부 ‘상위권’ 대학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학생부를 중시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는 “사회적 합의로 수용된 것”이라며, “대학들이 약속을 지켜야 하고, 집단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내신 1·2등급 만점안을 고수한 서울대에도 “자존심 때문에 그런다면 정부도 상응하는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내일의 경쟁력은 대학에 달려 있다. 대학이 국제적 인재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지가 최우선 과제”라며 대학 자율권 확대 보장을 촉구했다. 또 서울대는 올해 내신 1·2등급 통합 계획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몇몇 대학 입학처장들의 사적 모임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같은 공적 기구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최근 일부 사립대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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