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갈등 관련 대학·교수들 움직임
잇따른 대학사회 집단의사표현 왜?
정부와 대학들의 ‘내신 갈등’ 국면이 3주째에 접어들면서, 일부 교수 등 대학 사회의 집단적 의사 표현이 잇따르고 있다.
고려대 교수의회는 4일 △대학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고 △행정·재정 지원과 입시 정책을 연계하지 말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교수의회는 대학에도 “자율적 입시 정책을 지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김민환 교수의회 의장은 “정부 정책에 동의하는 교수도 있었지만, 대학 자율권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고려·서강대 등 ‘내신 갈등’을 주도한 이른바 ‘상위권’ 6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대학 자율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뒤 사립대총장협의회, 서울·경인지역 입학처장협의회,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와 사립대교수회연합회 등이 잇따라 집단적 의사 표시(표 참조)를 했다.
이들이 대체로 대학 자율을 강조한 것과 달리, 연세대 교수들은 3일 이번 사태가 대학과 정부의 공동 책임이라며 서로 자성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학 교수평의회는 “입학 전형은 대학 고유의 임무이자 권한”이라면서도 “(현재 사태는) 대학과 정부가 공동 책임으로 자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도 정부의 재정 규제 방침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 교수·총장들이 잇따라 의견을 내놓는 것은, 이들이 이번 내신 갈등을 대학과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로 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갈등 국면 초반, 대입 업무 책임자인 입학처장들이 내신 실질반영비율 등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의견을 낸 것과 달리, 최근 교수의회 등 일반 교수 단체들은 주로 대학의 자율성 보장 요구를 전면에 내세운다.
지난달 29일 있은 사립대 총장들의 반발은, 그 사흘 전 열렸던 청와대 초청 토론회에서 대통령 발언에 대한 불만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총장들은 “대통령이 교수들을 훈시했다”며 감정 섞인 불만을 털어놨다. 지방대 총장과 교수들은 당시 토론회에서 공개된 ‘기회균등 할당제’ 정책으로 인해 학생들이 수도권대로 몰리면 지방대는 학생 모집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껴 의사 표현에 나서는 측면도 있다. 뜻을 모으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면도 눈에 띈다. 3일 성명서를 낸 사립대교수회연합회는 이사 11명에 대한 의견 수렴 없이 대표 두 명이 국립대교수회연합회 대표들과 만나 공동성명을 냈다.
교수 사회 안에서 최근 대학 자율 주장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박거용 교수노조 학문정책위원장(상명대·영어교육학)은 “초·중·고·대학이 손가락 마디처럼 붙어 있는데, 하나만 자율을 외치면 되겠냐”며 “대학 자율도 좋지만 초·중·고 교육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서울대·정치학)은 “대부분의 나라가 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기지 않는다”며 “자율이 남에게 피해를 줄 땐 제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준 노현웅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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