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저녁식사에 영웅을 초대하기
미국에서 경영자 코치로 활동하는 스테파니 윈스턴을 몇 년 전 한국에 초대했을 때다. 식사 도중 평소 궁금했던 유태인 가정교육에 대해 물었다. 자기 집 교육이 특별한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부모의 교육열이 높고, 아이가 조그마한 성취를 해도 할아버지를 비롯해 온 가족이 크게 격려했다고 전했다. 유태인 자녀교육법에 대한 유난한 칭송에 비하면 좀 평범한 답이었지만, 배울 점은 있었다.
두 아이 엄마인 내게 해줄 조언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스테파니가 재미있는 대답을 했다. ‘저녁식사 자리에 영웅들을 초대하라’는 것이다. 평범한 우리 집 식탁에 어떻게 영웅들을 초대하라는 거지? 들어보았더니, 실제 영웅을 데려오라는 뜻은 아니고, 영웅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려주라는 거였다. 부모한테서 들은 영웅들의 스토리에서 영향을 받았다면서.
그렇게 생각해보니 세상에는 많은 영웅이 있다. 화려해만 보이는 스포츠 선수도 좌절과 노력의 과정을 알고 나면 더이상 운 좋은 스타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면서도 혹독한 연습 때문에 흉한 발을 지녔던 발레리나 강수진의 얘기는 또 어떤가. 용기를 내어 지하철 선로에 있는 사람을 구한 젊은이, 대가 없이 선행을 베푼 사람, 전태일 같이 이타적인 삶을 산 사람들, 혹은 세계를 떠돌며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 노벨상을 탄 평범한 일본의 회사원. 따져보면 아이들에게 들려줄 영웅 이야기는 무척 많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영웅이 있지 않은가. 아름답게 꾸며댄 거짓 일기를 낸 나를 혼내지 않고, ‘너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말해준 초등 4학년 담임 선생님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선생님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 글을 잘 쓰는 왕도”라는 편지까지 보내셨다.
사려 깊고 인자한, 내 마음 속 영웅이다. 내 동료도 우리 아이들에겐 영웅이다. 리더십 트레이너이자 마라토너인 그는 100㎞ 울트라 마라톤을 달린 뒤 사하라 사막 마라톤까지 도전했다. 그의 모험담은 ‘왜 그는 그렇게 힘든 도전을 계속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아이들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다. 이야기는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고, 감동과 용기, 때로 두려움과 지혜를 가르쳐준다. “옆 집 아이는 이렇다는데 너는 왜 그러냐” 하는 식의 비교를 중단하자. 그보다는 우리 집 식탁에 영웅들을 초대하는 거다.
남들이 하는대로가 아닌,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만든 사람들. 복사판이 아닌 원본적인 삶을 산 사람들. 이런 영웅들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 창문을 열고, 타인의 관점이나 가치관과 연결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텔러로서 부모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주의 한 가지! 교훈을 요약 정리하고 훈계하려는 마음은 버리자.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아이들은 이야기꾼을 좋아하는 것이다.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