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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언어가 바뀌면 사고도 함께 바뀌나

등록 2007-07-29 16:09

조지오웰은 1949년에 발표한 소설 “1984년”을 통해 전체주의 사회의 악몽을 고발하고 경고했다. 사진은 실제로 1984년이 되던 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1984’ 마이클 래드퍼드 감독. 의 한 장면
조지오웰은 1949년에 발표한 소설 “1984년”을 통해 전체주의 사회의 악몽을 고발하고 경고했다. 사진은 실제로 1984년이 되던 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1984’ 마이클 래드퍼드 감독. 의 한 장면
우리말 논술 / ⑩ 언어는 사고의 도구인가

관련 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 고등]

(논제 1)제시문 (가), (나)에서는 사고(思考)와 언어의 관계에 대해 각각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서술하시오.(400±50자)

(논제 2)제시문 (나)의 입장에서 제시문 (가)에 나타난 언어의 인위적 조작 과정의 효과를 비판하시오. (500±50자)


(가)

“낱말을 없애는 건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지. 물론 없애 버려야 할 낱말은 동사와 형용사에 많지만, 명사에도 수백 개나 있네. 그리고 없애야 할 말은 비슷한 말뿐만 아니라 반대말도 있지. 도대체 한 낱말이 단순히 다른 낱말의 반대만을 뜻한다면 굳이 있어야 할 필요가 뭐 있겠나? 한 낱말 안에는 이미 그 자체 내에 반대로 말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돼 있네. ‘좋다(good)’라는 낱말을 예로 든다면, 그 반대말을 ‘안 좋다(ungood)’라고 하면 되지. 철자도 생판 다른 ‘나쁘다(bad)’는 말이 뭣 때문에 따로 필요하겠나?

‘안 좋다(ungood)’란 말이면 충분하네. 모양은 비슷하지만 오히려 이게 다른 말보다 더 정확한 반대말이지. ‘좋다’는 말의 뜻을 더욱 강조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네. ‘탁월하다(excellent)’느니, ‘훌륭하다(splendid)’는 따위의 말이 수두룩하게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 좋다(plusgood)’라는 말이면 충분하고, 이걸 더욱 강조하고 싶으면 ‘더욱 더 좋다(doubleplusgood)’라고 하면 될 것이네. 물론 이런 형태의 낱말들이 이미 사용되고는 있지만, 신어(新語)사전의 결정판에는 ‘좋다’란 말 한마디만 남을 걸세. 그러니까 좋고 나쁘다는 개념은 여섯 개의 낱말로 나누어지지만, 실제로는 단 한 낱말로도 충분하다는 얘기지. 어때, 멋있지 않나. 윈스턴? 물론 이건 애당초 B.B.(빅 브라더)의 아이디어였다네.”

사임은 뒤늦게 생각난 듯 빅 브라더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러자 윈스턴의 얼굴에 맥 빠진 듯한 표정이 스쳤다. 사임은 윈스턴이 신어에 흥미가 없다고 간주했다. “윈스턴, 자네는 신어의 진가를 인정하지 않는군.” 사임이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심지어 자네는 신어로 글을 쓸 때도 여전히 구어를 생각하고 있어. 자네가 <타임스>에 쓴 기사를 읽어봤네. 아주 좋긴 하지만 번역에 불과하더군. 자네는 마음속으로 말 자체가 애매하고 쓸데없는 뜻까지 들어있는 구어에 집착하고 있어. 낱말을 없애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어휘 수가 줄어드는 언어는 신어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나?”

윈스턴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는 말을 하는 대신 동의한다는 표시로 빙긋이 웃어 보였다. 사임이 거무스름한 빵을 다시 한 입 베어 물고 이어서 말했다. “자네는 신어를 만든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는 데 있다는 걸 모르나? 결국 우리는 사상죄를 범하는 것도 철저히 불가능하게 만들 걸세. 사상에 관계된 말 자체가 정확히 한 낱말로 표현될 것이고, 그 뜻은 엄격하게 제한되며 다른 보조적인 뜻은 제거되어 잊혀지게 될 걸세.

이미 우리는 제11판에서 그런 것에 주안점을 두었네. 하지만 그 과정은 자네나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계속될 걸세. 세월이 흐를수록 낱말 수는 줄어들고, 그에 따라 의식의 폭도 좁아지게 되는 거지. 물론 지금도 사상죄를 범한 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유나 구실을 댈 수는 없네. 그것은 단지 자기 수양이나 현실 통제를 못한 탓이지.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하는 것조차 필요 없게 될 걸세. 언어가 완성될 때 혁명도 완수될 것이네. 신어는 ‘영사(‘영국사회주의’ 준말)’고, ‘영사’는 신어일세.”

그는 그렇게 말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윈스턴, 늦어도 2050년까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을 것 같은가?” “글쎄…….” 윈스턴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무산계급 외에는’이란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그것이 이단의 냄새를 풍기는 비정통주의적인 말이지 않을까 싶어서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임은 윈스턴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금세 알아챘다.

“무산계급인 노동자들은 인간이 아닐세.”

그가 거침없이 말했다. “2050년까지는, 어쩌면 그 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구어에 대한 지식은 모두 사라질 걸세. 과거의 모든 문학도 없어질 거고. 초서, 셰익스피어, 밀턴, 바이런 같은 작가들은 신어로 번역된 상태에서만 존재하게 될 것이네. 그것도 단순히 신어로만 바뀌는 게 아니라 내용도 바뀌고, 의미조차 반대로 바뀌어버릴 걸세. 심지어 당의 문학까지도 변할 것이네. 슬로건도 마찬가지고. 자유의 개념이 없어졌는데 ‘자유는 예속’이란 슬로건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나? 모든 사상적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네. 사실상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사상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걸세. 정통주의는 생각하지 않는 것, 생각할 필요도 없는 걸 뜻하네. 요컨대 정통주의란 무의식 그 자체일세.” -조지 오웰 <1984>에서 발췌

(나)

생각의 저변에 깔린 표상들과 언어 속의 문장들은 여러 가지 점에서 상치된다.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특정한 생각들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려 하는 경우에 관심이 지속되는 시간은 짧고 입은 느리다. 적절한 시간 안에 청자의 머릿속에 정보를 집어넣기 위해, 화자는 전달할 내용의 일부만을 말로 기호화하고, 나머지는 청자가 채울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중략)

사람들은 영어나 중국어나 아파치어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고언어로 사고한다. 이 사고언어는 이러한 언어들 모두와 어느 정도 비슷할 수 있다. 가정이지만, 사고언어는 개념을 나타내는 상징을 가지고 있고,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했는가 하는 것에 조응하는 상징의 배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특정 언어들과 비교했을 때 정신어는 어떤 면에서는 한층 풍부하고 어떤 면에서는 한층 단순하다.

예를 들면 정신어에서는 복수인 개념 상징들이 stool이나 stud같은 한 개의 영어 단어와 조응한다는 점에서 정신어 쪽이 더 풍부하다. ‘랠프의 엄니’와 ‘일반적인 엄니’같은 논리적으로 다른 종류의 개념을 구별하고, ‘한 쪽 발에 검은색 신발을 신은 금발의 키 큰 남자’와 ‘그(him)’의 경우에서처럼 서로 다른 상징이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 경우 그 상징들을 연결하는 특별한 장치도 가지고 있다. 다른 한편, 정신어는 말보다 더 단순한 것이 틀림없다. 대화에 특화된 단어들과 구문들(가령 a와 the)이 없고, 단어 발음하기, 나아가 단어 배열하기에 관한 정보들이 불필요하다. (중략)

그렇다면 하나의 언어를 안다는 것은 정신어를 단어열로, 단어열을 정신어로 번역하는 법을 안다는 것이다. 언어가 없는 사람들도 정신어를 가지고 있으며, 아기와 여러 동물들도 더 단순할지언정 자신들만의 방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기들이 정신어를 영어로, 영어를 정신어로 옮길 줄 모른다면 어떻게 영어 배우기가 가능할 수 있는지, 아니 도대체 영어를 배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자, 이 모든 것이 뉴스피크어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질까? 2050년에 대한 나의 예언은 이러하다. 첫째, 인간의 정신생활은 특정한 언어에서 독립적으로 영위되므로 자유와 평등의 개념은 부를 이름이 없어도 사유된다. 둘째, 개념은 단어보다 훨씬 많고 또 청자는 늘 관대한 마음으로 화자가 말하지 않고 남겨두는 부분을 채우므로, 현존하는 단어는 재빨리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며, 때로는 원래의 의미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셋째, 어린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입력된 옛것을 재생산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 한계를 뛰어넘는 복잡한 문법을 창조하기 때문에, 그들은 아마 단 한 세대 안에 뉴스피크어를 크리올어화시켜 자연언어를 만들어낼 것이다. 21세기의 젖먹이가 윈스턴 스미스(소설 <1984>의 주인공)의 원수가 될지 모른다.

-스티븐 핑커 <언어 본능> 중 발췌

※ (가)에 나오는 ‘신어(新語)’와 (나)에 나오는 ‘뉴스피크어’는 같은 개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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