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 농업기술센터가 연 ‘어린이 전통체험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두부를 만들 콩을 맷돌로 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이랑 부모랑] 방학특집 교실 밖 교실 ④ 체험학습 보고서
너무 부담 주면 학습효과 반감
만화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천편일률적 보고서 벗어나도록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체험학습’ 하면 으레 ‘보고서’를 떠올린다. 여전히 적지 않은 학교에서 체험학습 보고서 쓰기를 숙제로 내주고 있는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학이 끝날 무렵만 되면 아이의 체험학습 보고서 과제를 챙겨주려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한바탕 신경전이 벌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체험학습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보고서에 집착하면 오히려 아이들이 체험학습 자체를 지겨워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주객 뒤바뀌면 역효과=체험학습 전문 교육기관인 ‘모든학교’의 김정주 체험학습연구소장은 “보고서 쓰기가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담스러운 활동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는 활동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부모가 내용을 불러주고 아이가 받아 적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새롭게 보는 박물관학교’ 오명숙 대표는 “보고서를 쓰기 위한 체험학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진정한 체험의 즐거움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보고서에 대한 부담이 없어야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고서를 쓰든 안 쓰든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꼭 필요하다. 김 소장은 “체험학습을 통해 얻은 새로운 경험이나 지식에 대해 토론하거나 수집해 온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은 경험을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시켜 주는 중요한 학습활동”이라고 말했다. 자녀와 대화를 나눌 때에는 체험학습 장소에서 알게 된 지식을 그대로 확인하는 것보다는 현장 체험을 통해 갖게 된 생각과 느낌을 서로 나누는 것이 좋다. 이렇게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 체험학습 보고서에도 좀더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김 소장은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에 체험의 핵심 주제가 무엇이고, 중심이 되는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미리 파악해 놓으면 체험을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녀온 뒤에 정리하고 보고서를 쓸 때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붕어빵 보고서에서 벗어나자=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지도해 온 교사들은 아이들의 체험학습 보고서가 너무 천편일률적이어서 생동감이 없다고 지적한다. 현장 체험학습 연구모임 ‘세상 나들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현주 서울 초당초등학교 교사는 “체험 장소는 매우 다양한데 한 가지 방식으로만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체험의 특성과 아이가 가진 장점을 살려 다양한 형태로 정리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것, 새롭게 알게 된 것, 느낀 것 등으로 이뤄진 획일적인 보고서 양식에서 벗어나 마인드맵, 미니북, 만화, 감상문, 편지, 일기, 팸플릿, 사진, 인터뷰 등과 같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정리하라는 것이다. 정 교사는 “현장 체험학습을 해놓고도 막상 보고서를 만들 때는 책이나 인터넷에서 얻은 자료를 활용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보고서에는 무엇보다 현장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대표는 “체험학습 보고서는 일종의 ‘일상에서의 의미 찾기’ 작업”이라며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꼭 보고서를 쓰지 않더라도 전시 안내지에 있는 목록 중 자기가 본 것에 동그라미를 쳐 보거나 자신이 경험한 것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미 아이의 마음속에 체험학습 보고서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그래도 굳이 보고서를 써야 한다면 현장에서 부모와 아이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기록하거나 자기가 본 것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글을 써 보는 정도면 된다”고 설명했다.
체험학습 전문 교육기관인 ‘핵교’의 이진 기획팀장은 “체험학습을 다녀올 때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양식에 제시된 항목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써야 한다면 체험학습 가기가 싫어질 것”이라며 “기행문처럼 굳이 완성된 문장으로 보고서를 쓰게 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체험 장소와 주제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보고서를 만들어 볼 것을 권했다.
예컨대, 4학년 이상 학생이라면 가장 관심있게 보거나 들은 내용을 인터뷰 기사, 만화, 사진 등으로 재구성해 체험학습 신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저학년의 경우에는 8절지 정도의 도화지를 4개로 접은 뒤 한 쪽에 한 개씩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을 그려 넣어 종이 병풍을 만들 수도 있다.
박물관이 제공하는 보고서나 활동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나 덕수궁미술관처럼 홈페이지나 전시실에서 활동지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 ‘핵교’ 홈페이지(haekkyo.com)의 체험정보파일 메뉴에서도 학년별·주제별 체험학습 현장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활동지를 내려받을 수 있다. 이 팀장은 “체험 활동지를 보고서로 제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끝〉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서울시 농업기술센터가 연 ‘어린이 전통체험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두부 만들 콩을 맷돌로 갈고 있다.
만화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천편일률적 보고서 벗어나도록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체험학습’ 하면 으레 ‘보고서’를 떠올린다. 여전히 적지 않은 학교에서 체험학습 보고서 쓰기를 숙제로 내주고 있는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학이 끝날 무렵만 되면 아이의 체험학습 보고서 과제를 챙겨주려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한바탕 신경전이 벌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체험학습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보고서에 집착하면 오히려 아이들이 체험학습 자체를 지겨워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주객 뒤바뀌면 역효과=체험학습 전문 교육기관인 ‘모든학교’의 김정주 체험학습연구소장은 “보고서 쓰기가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담스러운 활동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는 활동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부모가 내용을 불러주고 아이가 받아 적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새롭게 보는 박물관학교’ 오명숙 대표는 “보고서를 쓰기 위한 체험학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진정한 체험의 즐거움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보고서에 대한 부담이 없어야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고서를 쓰든 안 쓰든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꼭 필요하다. 김 소장은 “체험학습을 통해 얻은 새로운 경험이나 지식에 대해 토론하거나 수집해 온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은 경험을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시켜 주는 중요한 학습활동”이라고 말했다. 자녀와 대화를 나눌 때에는 체험학습 장소에서 알게 된 지식을 그대로 확인하는 것보다는 현장 체험을 통해 갖게 된 생각과 느낌을 서로 나누는 것이 좋다. 이렇게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 체험학습 보고서에도 좀더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김 소장은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에 체험의 핵심 주제가 무엇이고, 중심이 되는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미리 파악해 놓으면 체험을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녀온 뒤에 정리하고 보고서를 쓸 때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여름방학 때 가볼 만한 체험학습 장소(3~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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